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는 두 가지 목적, 성능과 확장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가트너의 매직쿼드런트도 2016년부터 확장성에 중심을 둔 분산 파일 시스템&오브젝트 스토리지 부문을, 2019년부터는 데이터베이스나 전사자원관리(ERP) 등 성능 집약적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프라이머리 스토리지 부문을 신설하고 여기에 기존 범용 디스크 어레이, 올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부문을 통합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부문 매직쿼드런트 보고서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새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해외 전문 미디어와 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트렌드의 키워드는 △멀티 클라우드와 컨테이너 스토리지(클라우드 네이티브 스토리지) △인공지능(AI) 강화와 스케일아웃 스토리지 △플래시 가속화와 NVMe-Of(NVMe over Fabrics) 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멀티 클라우드와 컨테이너 스토리지
컨테이너 스토리지는 쿠버네티스 클러스터가 직접 관리하는 스토리지로,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의 한 형태다. 쿠버네티스 클러스터에 의해 컨테이너 네이티브 자격을 얻고 클러스터에 직접 액세스할 수 있는 미디어들의 집합체다.
가트너는 2025년까지 85% 이상 조직이 '클라우드 퍼스트' 원칙을 수용할 것이며 새로운 디지털 워크로드의 95% 이상이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에 구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30% 수준이다.
이는 스토리지 또한 컨테이너화된 애플리케이션과 쿠버네티스 플랫폼을 네이티브 수준으로 지원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멀티 클라우드에서도 쿠버네티스가 바로 관리하는, 유연한 영구 스토리지 솔루션을 구현하도록 압력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스토리지를 현재의 컨테이너 지원 스토리지와 구분해 컨테이너 네이티브 스토리지 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스토리지라고 부른다.
쿠버네티스로 관리된다는 것은 스토리지 관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컨테이너에 캡슐화해서 쿠버네티스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다른 컨테이너화 애플리케이션처럼 각각 기능이 코드화돼 마이크로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며 하드웨어 종속 없이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이식할 수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환경 채택이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간 워크로드 이동이 필수인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스토리지 업계는 쿠버네티스에 의해 관리되는 컨테이너 기반 애플리케이션 성장에 따라 신기술 개발,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데이터코어는 지난달 컨테이너 네이티브 스토리지 관리를 위해 마야데이터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퓨어 스토리지는 포트웍스를, 빔은 카스텐, 컴볼트는 헤드위그를 인수했다.
델은 자체 개발한 컨테이너 스토리지 모듈(CSM)로 쿠버네티스 기반 컨테이너화 워크로드에 엔터프라이즈급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넷앱은 컨테이너와 가상머신(VM)에 대한 쿠버네티스 네이티브의 매니지드 통합 파일 서비스인 아스트라 데이터 스토어(ADS) 서비스를 발표했다. 두 회사 솔루션은 2022년 정식 제공될 계획이다. 델의 VM웨어 분사 완료에 따라 타 스토리지 업체들이 VM웨어의 쿠버네티스 클러스터 관리 플랫폼인 '탄주'와 협력할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히타치 밴타라(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는 지난 10월 하순 컨테이너 기능을 강화한 미드-하이엔드 스토리지 VSP 5100와 5500를 발표했다.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기반 스토리지 간 유연한 엔터프라이즈급 데이터 서비스, 통합, 고성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보다 기대되는 것은 HKS(Hitachi Kubernetes Service)다.
히타치 밴타라는 쿠버네티스 플러그인인 CSI(Container Storage Interface)에 기반을 두고 HKS용 쿠버네티스 API를 개발했으며 이는 히타치 밴타라의 스토리지 어레이가 쿠버네티스 노드에서 바로 영구 볼륨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HKS는 2019년 인수한 컨테이너십(Containership)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올 연말~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 시도는 HCI 제품인 히타치 UCP에 먼저 적용될 예정이다.
◇AI 강화와 스케일아웃 스토리지
에지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확산과 여기서 생성된 데이터에서 비즈니스 통찰력을 얻으려는 시도는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 저장과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장 및 분석되는 비정형 데이터 용량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는 스케일아웃 스토리지 수요 역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스케일아웃 NAS 시장이 2020년 162억달러(19조2000억원) 규모였으며 2026년까지 평균성장률 21%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역시 20% 이상 평균성장률로 2027년 400억달러(47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패턴 도출을 위해 데이터 분석에 AI와 머신러닝 활용이 급증하고 있어 AI 강화 스토리지들이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GIA는 2020년 AI 강화 스토리지 시장이 약 128억달러(15조2000억원) 규모였으며 평균성장률 24%로 2027년 말이면 579억달러(68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AMR는 최근 발표한 'AI 강화 스토리지 시장' 예비 보고서에서 AI 강화 스토리지 수요의 동인으로 커넥티드 디바이스 증가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채택을 꼽았다.
AMR에 따르면 AI 강화 스토리지는 IT 인프라 간 데이터의 유려한 이동을 제공해 기업이 대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유연성과 확장성이 뛰어나 금융서비스(BFSI),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다. 특히 금융 산업에서 AI 강화 스토리지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보다 빠른 시장 대응, 개인화된 고객 경험, 사람 개입 없이 실행되는 백엔드 프로세스의 오류 제거, 규제준수와 보안을 위해서다. 한 예로 금융 대출 심사 또한 소프트웨어가 AI 강화 스토리지 내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진행한다. 대출자 신원이나 신용점수 외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히타치 밴타라는 최근 발표된 가트너 산업용 IoT 매직쿼드런트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리더 그룹에 선정되기도 했다.
◇플래시 가속화와 NVMe-oF 등장
SSD 기반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에지 컴퓨팅, AI와 함께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클라우드나 중앙의 데이터센터가 아닌 네트워크의 에지에서도 고속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신속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에지 애플리케이션과 AI가 통합되고 있어 NVMe SSD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 스토리지 전문 미디어인 ESF(Enterprise Storage Forum)은 에지 애플리케이션이 SAS((Serial Attached SCSI) 자동화와 NVMe 기술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VMe SSD 확산과 함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NVMe-oF다. NVMe-oF는 데이터센터 전체로 NVMe의 장점을 확산 적용시킬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업은 규모의 경제, 안정성(이중화), 관리 용이성을 위해 네트워크 스토리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서버의 PCIe 버스를 통해 실행되는 NVMe는 로컬 스토리지에 적합하다. NVMe-oF는 NVMe 기술을 LAN에 접속돼 있는 스토리지 어레이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더넷뿐만 아니라 인피니밴드, 파이버채널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파이버 채널에도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
2016년에 첫 발표됐음에도 NVMe-oF는 아직 새로운 시장이다. NVMe-oF의 초기 사용 사례는 머신러닝과 AI, 실시간 분석, 고성능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등 성능에 민감한 경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스토어원은 자사 S1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소프트웨어에 이 기술을 적용했으며 넷앱은 데이터 관리에 NVMe 연결 SSD(NVMe-attached SSD)를 사용하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