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50)AI와 문화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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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화가 가운데 기억나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를 떠올린다. 핏빛 하늘 밑 다리 난관에 서서 공포에 얼굴을 쥐어짜는 작품 '절규'로 유명하다. 부모·형제의 죽음과 정신병에 고통을 받았고, 고독·질투·불안·공포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럼에도 80세까지 살았다. 작품성은 기본이니 말할 것이 없다. 사무실·거실에 걸기엔 부담스러운 그림이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유는 뭘까. 죽기 직전에 모든 작품을 수도 오슬로시에 기증했다. 노르웨이는 미술관을 건립하고 개인사를 정리해서 마케팅에 적극 나섰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뭉크의 창작이 북유럽 문화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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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헌법은 문화 영역에서 기회 균등과 능력 발휘를 주문하고,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하라고 한다. 법률로 문화기본법, 문화예술진흥법, 대중문화예술산업진흥법을 두고 있다. 법률에선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 삶의 방식, 가치체계, 전통 및 신념을 포함하는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문화라 한다. 어렵다. 필자가 느끼는 문화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동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서 영화관, 음악관, 미술관, 건축물을 찾거나 멀리 여행하는 것이다. 법을 많이 만들면 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문화는 음악, 미술, 디자인, 종교, 체육 등 각 분야에서 따로 발달해 왔다. 그런데 환경이 변했다. 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 기술이 개발됐다. 창작의 융·복합이 일고, 개인 참여가 늘고 있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손쉽게 창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화사상 중심으로 외국·이민족에게 중국 문화를 퍼뜨리는 형태다. 중국화가 어려우면 원래 중국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서도 동화되지 않고 차이나타운 등 그들 세상을 옮겨 놓는다. 대내외 다양성을 포섭하는 문화 특성이 약하다.

미국은 어떤가. 인디언 등 토착문화를 파괴하고 등장한 문화다. 유럽 각국에서 이민을 왔다. 당시 유럽은 나라마다 문화가 달랐다.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문화가 다양한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이 있었다. 다양성의 융·복합이 미국 문화를 만들었다. 클래식, 라틴음악, 힙합이 공존하는 사회다. 해외 각국에서 들어온 문화는 다시 나갈 때도 자연스럽다. 미국 밖에서 미국 타운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세계문화를 지배했다. 미국 문화의 성공은 영원할까. 아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 한국 콘텐츠의 성공 비결은 뭘까. 한국 감성이 세계 감성을 건드렸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드라마 '대장금'까진 그럴 수 있겠다. 역사·전통이 비슷한 나라에 먹힌 것뿐이다. 최근 성공모델은 어떤가. '오징어게임'을 보자. 게임에 진다고 죽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생소한 것이 많다. 미국 감성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가 저물었다. 미국의 노력도 눈물겹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는 블록버스터 등 대작으로 고객을 끌어당기고 과거 작품을 리메이크하거나 우리나라 등 원작을 사서 만든다. 그것도 거기까지다. 세계는 정신없는 블록버스터, 결과가 예측되는 마무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오히려 한국 골방에서 만들어진 해괴한 스토리에 반응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창작은 강요할 수 없다. 쌀을 씻고 물을 넣고 솥에 안치는 정성이 필요하다. 시간·공간과 여유를 주자. 간섭도 줄이고, 한국적 콘텐츠를 강요하지 말자. 한국적이지 않아도 좋다. 글로벌 감성을 직접 공략하자. 황당하고 해괴한 콘텐츠가 나오게 하자. 창작에 필요한 디지털 저작도구의 발명과 지원도 중요하다. 창작생태계가 조성되고 세계 누구라도 '우리'가 되어 참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글로벌 문화이고 꿈꿔 온 문화 국가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