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현민)은 차세대 적외선 소자제작에 활용 가능한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공정 가격의 100분 1의 수준으로 소자제작이 가능하며, 플렉서블 기기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응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인터넷(IoT)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적외선 소자는 생활, 산업, 의료, 소방, 로봇 등 다양한 곳에서 높은 활용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적외선 소자를 이용해 제작한 센서는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 에어컨이나 조명, PC, TV 등 전원을 자동으로 껐다 켤 수 있다.
그러나, 적외선 소자제작에 사용되는 기존 2차원 층상 반도체 물질은 주로 가시광 영역의 밴드갭(반도체나 절연체에서 전자가 구속돼있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을 가지고 있으며,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물질이 드물었다. 적외선 소자를 포함한 광검출 소자는 검출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을 밴드갭이 결정하므로 이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핀, 이황화 몰리브덴(MoS2)으로 대표되는 2차원 소재 가운데 흑린은 적외선 파장대 흡수가 가능하지만, 화학적 안정성 및 층수에 따라 급격히 밴드갭이 변화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적외선 검출 소자로 활용하기 어렵다. 2차원 소재 중 류테늄 염화물의 경우, 전자도핑을 통해 밴드갭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어 새로운 연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표준연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첨단오페란도분석팀과 강기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용액에 소재를 담가 가열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유기이온이 포함된 용액에 2차원 루테늄 염화물을 담아 가열했으며, 이를 통해 루테늄 염화물 층간에 비어있는 공간을 유기 양이온으로 채워 전자로 도핑해 밴드갭을 조절했다.
공동연구팀은 전자 간 강한 반발력을 가지는 모트 절연체인 루테늄 염화물에 유기 양이온을 삽입해 전이금속 주변에 국부적인 전하도핑을 유도했다. 그 결과 기존 1.2eV의 밴드갭을 가지던 루테늄 염화물의 밴드갭을 크게 줄여 0.7eV 영역의 근적외선 검출이 가능한 소자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를 이용하면 현재 사용되는 1033나노미터(㎚) 파장보다 긴 1771㎚ 파장 적외선을 흡수할 수 있다. 기존보다 간단하며 안정적으로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고, 기존 소자보다 광반응성 50배, 광반응 속도를 3배 이상 향상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은 기존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또한, 매끈한 표면을 갖고 있어 유연 기판을 활용한 플렉서블 광검출 소자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송승우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여러 종류의 2차원 층상 반도체, 금속, 부도체 물질에 고루 활용될 수 있다”며 “또한 다양한 2차원 층상물질과 유기이온의 조합을 통해 소재가 가진 물성 개선하고, 활용성 높은 신소재 합성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