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내원 비용·시간 절약 '긍정평가'…시장 안착 제도화 논의 필요

비대면 의료 서비스 전망과 과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크게 늘고 있다. 새로운 신시장과 산업을 형성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에 한시 허용되는 등 안착까지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 많다.

◇'늘어나고, 세분화되고' 진화하는 비대면 진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 건수는 312만건에 달했다. 8월 기준 265만건을 기록한 후 두 달 만에 50만건이 훌쩍 늘어난 것이다. 전체 비대면 진료 중 70%가 넘는 비중이 동네병원인 의원급에서 이루졌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이달 초 실시한 오픈서베이 조사(응답 수 1000건)를 보면 비대면 진료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60%를 넘었다. '긍정' 혹은 '매우 긍정'이라고 답한 이들은 병원 방문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12월 현재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참여한 업체는 15곳에 이른다. 협의회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 업체들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모인 단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 중인 닥터나우 관계자는 “20~30대가 전체 이용자 절반으로 40대, 50대, 60대 이상 순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재택치료환자는 물론 직장인,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주로 이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성년 자녀 건강을 이유로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학부모 층에서 비대면 진료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서비스는 이미 세분화하고 있다. 솔닥에 따르면 이 회사는 경쟁업체에 비해 피부, 탈모 등 비급여 진료 이용자가 많다. 김민승 솔닥 대표는 “미국에서 올해 약 17조원이 비대면 의료 스타트업에 투자됐는데 투자 금액 90%가 특정 건강 분야를 특화시킨 서비스일 정도로 비대면 진료 영역이 점차 세분화되는 추세”라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교화되면 내년부터 비대면 진료 분야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등은 최근 사내에 헬스케어 조직을 만들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준비 중이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가 최종 목표다. 네이버는 최근 비대면 진료 개념을 포함한 '네이버케어' 브랜드를 상표 출원하는 등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명지병원 전문 의료진이 원격 의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명지병원 전문 의료진이 원격 의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한시적' 꼬리표 떼나…“제한” “전면 허용” 의견 나뉘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시된 임시 허용으로 조기에 비대면 진료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제도 뒷받침이 필수다. 비대면 진료가 다시 '불허'로 전환되면 현재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들은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비대면진료의 미래' 토론회에서 “현행법 체계 내에서 비대면 진료 미래는 밝지 않다”면서 “불투명한 지속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의료법 개정논의가 필요하다”며 “비대면 진료는 현재 진행 중인 '한시적 허용' 수준을 기준으로 앞으로 나갈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제도화하자는 쪽과 네거티브 규제를 하자는 의견이 엇갈린다. 제도화를 찬성하는 쪽은 △1차 의료기관(의원급) 중심 △경증·만성질환 중심 비대면진료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한된 분야에만 비대면 진료를 상시화하자는 논의가 자칫 원격의료 산업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한적 허용은 곧 서비스에 한계를 두자는 의미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의협 전체 의견은 반대이지만 개인적으로 비대면 진료라는 큰 흐름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의사당 비대면 진료 환자 수를 제한하고,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예산 등 플랫폼 개발지원 예산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열쇠를 알려드렸음에도 이를 강제로 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가입사 관계자는 “금지한 것 빼고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규제로 가는 것이 산업에 필요한 시기”라면서 “좋은 취지로 시작한 법제화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편”이라면서 “중국, 일본은 물론 선진국들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비대면 진료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시장과 상황에 맞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 ICT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런 경쟁력을 의료와 결합해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현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를 하려면 법제화 등 많은 난관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는 대면 진료가 원칙, 비대면 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안을 가지고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코로나19가 종료되면 의사협회 등과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중장기 정책방향이 정해지면 전문가와 산업에 걸쳐 여러 의견을 듣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