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제도개선도 약속했지만 수능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2024년 하반기 대입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커지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입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수능 출제와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선 방안 내용이 출제·검토 방식과 절차를 검토하고 이의심사 방법·기간 등을 개선한다는 것이어서 수능 전반의 혼란을 방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수능은 출제 오류뿐 아니라 문·이과 통합에 따른 제도 개편과 역대급 불수능으로 큰 혼란을 일으켰다. 수능 출제 오류와 종잡을 수 없는 난도, 체제 개편 등이 반복되면서 수험생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매번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해가 거듭할 수록 악화되는 상태다.
지난 2019년도 수능에서도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개를 숙였다. 당시 성기선 원장은 '국어 31번'으로 대표되는 초고난도 문항으로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또 출제·검토위원들의 문항에 대한 정답률 예측능력을 높이고 학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년 만에 평가원은 다시 되돌아가 역대급 '불수능'을 만들었다. 2017년에는 검토기능 강화, 관리체계 엄정화 등 출제 오류 개선 보완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올해 수능은 수능의 총체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2년 전 조국 전 장관 자녀 조민씨의 입시 과정 논란으로 인해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비중이 30%에서 40%로 강화됐다. 이로 인해 수능 변별력이 더욱 요구됐다는 분석이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큰 개편에도 변별력을 유지하려다보니 학생들이 풀지 못할 정도로 문제를 비틀었다는 것이다.
이번 수능으로 인해 오히려 사교육의 힘을 입증했다는 지적도 있다. 유일한 만점자는 기숙학원에서 공부한 재수생이었다.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역시 학교 교사가 아닌 학원 강사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문·이과 통합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힘들다보니 사교육 상담에 의지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수능이 정면 배치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권을 높이는 제도인데, 현 수능으로는 평가하기 힘들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듣고 싶어하는 과목을 개설해 놓고도 수능 과목이 아니다보니 정시 준비를 하려면 듣지 말라는 조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현 고2 학부모는 “고교학점제처럼 선택권을 주려면 수시를 확대하고 정시를 줄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시책으로 입시부터 먼저 닦아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문제은행 방식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은 교육부의 수능 제도 개선방안 계획에 대한 논평을 내고 “현행 합숙형태 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출제 기간과 인원을 점검하고, 이의심사에 새로운 절차를 부가하는 방식은 핀셋으로 짚어서 핀셋만큼 조정하는 형태”라면서 “대학강의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하는 수능이 문항을 비트는 시험으로 바뀌는 과정을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되풀이 되는 출제오류와 난도 조절 실패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