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보험료 조정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 등이 주력 상품이고 만성적자를 겪는 만큼 보험료 인상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사실상 개입 의사를 밝히면서 쉽지 않아졌다. 업계 일각에선 보험료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실손보험 중단을 선언하는 보험사들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새해 보험료 조정에 대해 실제 개입 의사를 밝혔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20% 수준 실손보험 인상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합리성 여부를 당국이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 역시 보험료 인하가 가능한지 살펴보기로 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3900만 국민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이지만, 보험사에게 과도한 손해율로 대규모 손실을 안기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일시적 효과를 얻던 자동차보험도 최근 수익이 떨어져 보험료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줄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다시 상승했다. 올해 11월 기준(가마감)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1개 손보사 손해율은 91%로 집계됐다. 전월 손해율(86%)과 비교하면 5%포인트(P)가 악화된 수준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사업비 등을 고려해 78~80% 수준이다. 코로나19 100% 안팎을 보였던 상황을 고려하면 손해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적정치보다 높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11월부터 자동차 정비수가도 4.5% 인상됐다.
실손보험 역시 만성적자다. 올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로 집계됐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손해율이 악화하는 것이다. 이는 10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내고 13만원 이상을 받아가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개입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 일각에선 실손보험 판매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대거 생명보험사들이 발을 빼면서 현재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등 5개사만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팔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매년 보험료 조정이 어려워 실손보험을 유지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일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4세대 실손보험 출시 때와 같이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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