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데이터를 거래하는 플랫폼이 등장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 대표는 “의료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개인 진료 내역을 자유롭게 열람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제약사와 인공지능(AI) 개발사 등에 제공, 신약이나 의료 AI 개발에 도움을 주고 보상받는 시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의료 AI나 신약 개발에 의료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현재는 임상연구를 위한 환자를 모집하거나 상급종합병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얻을 수 있다. 데이터 거래 플랫폼이 구축되면 연구기관이나 제약사가 찾고자 하는 환자군, 특정 데이터를 보유한 사용자 등의 접근성이 한결 쉬워진다. 예를 들어 위암 말기 환자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가 있다면 해당 환자의 데이터를 받거나 보상 등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다. 데이터 원본은 병원에 보관되고, 정보 주체가 사본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동의나 개인정보보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개인 신원을 증명하고 데이터 위변조 여부와 변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메디블록은 환자 중심의 의료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영상의학과·치과 의사 출신인 이은솔·고우균 대표가 지난 2017년에 창업했다. 2019년 11월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간편보험청구 서비스 '메디패스'를 출시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디지털 형태로 40여개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의료 마이데이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첫 서비스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메디패스를 통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8곳의 상급병원과 종합병원 진료 내역 조회 및 제증명 서류 발급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다수의 의료기관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는 메디패스가 유일하다. 최근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닥터팔레트'를 출시하며 데이터 제공 기관을 1차 의료기관으로까지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질병관리청 등 공공기관 데이터와 스마트폰, 웨어러블, 가정용 의료기기에서 수집되는 라이프로그 데이터도 연동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메디패스 이용자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새해에는 메디패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실손보험 청구 외에 건강검진 데이터 분석, 약 알리미 등 건강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이전 진료·처방 내역을 불러올 수 있는 서비스를 새해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데이터 거래 플랫폼도 서비스 확대 연장선상에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