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내연기관 디젤차와 전기차, 타이어 가격이 일제히 상승할 전망이다. 전 세계 원자재 부족과 환경 규제, 제조 원가 상승 등 다양한 시장 환경 변화에 수요 회복이 맞물린 영향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디젤 엔진이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난다. 현대차는 이달 6일 싼타페 연식변경 모델인 2022년형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디젤 모델 기본 트림 가격을 최대 240만원(약 7.6%) 인상했다.
디젤 모델의 경우 기존에 가장 저렴했던 프리미엄(3122만원) 대신 옵션 등을 추가해 구성을 달리한 익스클루시브(3362만원)를 기본형으로 판매한다. 상위 트림 프레스티지는 107만원 오른 3621만원, 최상위 트림 캘리그래피는 101만원 올린 4087만원이다. 가솔린 모델도 트림에 따라 42만~181만원가량 인상했다.
가솔린보다 디젤 모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새해부터 시행할 강화된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법규에 따라 저감 장치를 추가로 장착했기 때문이다. 기아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디젤이 주력인 다른 SUV 모델도 새해 초 연식변경 모델부터 저감 장치를 장착,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는 전기차도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서 새해부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과 코발트, 니켈 가격 등이 폭등하며 배터리 가격 인상분이 새해 차량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배터리셀 가격을 2% 안팎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부담도 커진다. 정부 구매 보조금 100%를 지급 받는 차량 가격 기준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5500만~8500만원 차량은 보조금 50%를 지급한다. 제조사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조치지만, 배터리와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으로 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조정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자동차의 발이 되는 타이어도 새해 가격 인상을 앞뒀다. 주요 원자재인 고무 가격과 운송 대란으로 물류비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올 초보다 고무 가격은 20%, 해상 운임은 60% 이상 올랐다.
한국과 금호, 넥센 국내 타이어 3사는 새해 초 유럽 시장 판매 가격을 5% 이상 인상한다. 미쉐린과 브리지스톤 등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도 새해 북미 시장 가격을 10%가량 올릴 방침이다. 국내에선 올해 타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당장은 동결인 상황이나, 새해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새해에도 신차와 전기차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자동차 세제 개편이나 전기차 보조금 로드맵 재검토 등이 정책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