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전력 소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2019년 우리나라 전력 수요는 연평균 2% 늘어났다. 이에 반해 일본은 -1.8%, 독일은 -0.3%, 미국은 -0.02% 줄었다. 나라마다 산업구조와 에너지 믹스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선진국은 대체로 전력 소비를 줄여 나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전력 소비 효율도 이들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내총생산(GDP)에 소요되는 전력량이 독일의 두 배를 넘는다. 독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고 신재생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을 시행하는 와중에도 전체 전력 소비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구조와 에너지전환에도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탄력적인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 사실상 고정된 전기요금 체계로 말미암아 전기를 '물 쓰듯' 소비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원료 가격 상승에도 전기요금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현 체제는 어떻게든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저감과 탄소중립이 전 세계 화두가 되고, 중장기 규제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의 전력 생산 및 소비 구조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가중하는 원인이 될 공산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새해 1분기 전기요금도 동결시켰다. 최근 LNG 가격이 폭등하고 있음에도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묶어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공산이 높다.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타협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