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노란 꽃이 물드는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의 중동초. 구례를 대표하는 마을로 꼽히지만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든 지 오래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중동초 1학년이 사라질 뻔했지만 지난해 윤미숙 교장이 백방으로 수소문해 학생 한 명을 간신히 '유치'했다. 이번 2학기부터는 서울에서 6개월·1년 단위로 전학을 왔다가 돌아가는 '유학생'까지 받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은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농산어촌에는 특단의 대책이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할 학교가 한둘이 아니다. 전남도와 전남교육청은 이러한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유학생을 위한 모듈러 주택을 짓고, 유학경비까지 지원한다. 학생이 줄어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학교를 살리기 위해 더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농산어촌일수록 중요도가 크다.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층부터 마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지역에서 교육 여건이 같을 때 해당하는 말이다. 학생 감소가 교육재정 축소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뿐 불균형 해소와 미래 교육 환경을 위해 집행해야 할 투자는 고려되지 않는다. 교육과 학교의 가치는 단순 숫자 계산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재정 문제만큼은 늘 숫자가 우선되고 있다.
교육재정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수요와 그에 따른 필요성 중심으로 산정돼야 한다. 학생은 줄었는데 당분간 교육 여건 개선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주택 공급' 문제로 3기 신도시가 예정되면서 학교 신설 수요는 증가했다. 학생이 주는데 학교는 더욱 늘어 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기존 학교 몇 개를 추려서 문을 닫고 이들 학교 학생들을 전학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3기 신도시 학교 용지 확보 계획에 따르면 159개교가 신설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약 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올해까지도 학생이 감소하는 동안 학교와 학급은 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학생은 2019년 545만명에서 올해 532만명으로 13만명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학교는 1만1657개교에서 1만1777개교로 120개교가 늘었다. 학급은 23만2949학급에서 23만3717학급으로 증가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선택과목 확대를 위한 교사 충원 요구도 크다. 수십년 된 노후화 건물을 개축하고 디지털 환경을 갖추는 투자도 필요하다. 학생이 감소한 농산어촌 학교들은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통합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것도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니다.
농산어촌 학령인구가 줄었을 때 학교 유지가 필요하다면 이를 위한 투자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 숫자 논리대로라면 학생 수가 적은 학교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학교가 있기 위해서는 교사부터 시설까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환경 때문에 일인당 경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예정된 사실이다. 지금 당장 출산율을 늘리는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십수년 동안 누적된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은 피할 수 없다. 즉 중장기적으로 교육재정에 칼을 대야만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투자는 어떻게 얼마 동안 해야 할지, 어느 시점부터 교육재정을 축소할지 등 세세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당장 학생 몇 만명 줄었으니 몇 만명분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에 맞지 않다.
대전환기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거기에 우리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변수까지 대응해야 한다. 대전환 시점에 교육은 어떻게 전환돼야 할까 하는 고민이 우선이다. 말로는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외치면서 이런 때는 1년 계획만 운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