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이 가입 시기에 따라 최대 16% 인상된다. 이는 연령 상승에 따른 인상률을 제외한 것으로 3∼5년 주기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 체감 인상률은 5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을 업계가 요청한 수준보다 낮은 평균 9~16%로 조정하라는 '의견'을 업계에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 관련 의견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금융위 의견을 업계가 수용해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시장 자율로 결정되지만,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업계가 금융위 의견을 수용해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한다.
앞서 각 보험사는 올해 손해액이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해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2017년 3월까지 공급된 '2세대 표준화 실손보험' 모두 상한선 25%에 가까운 인상이 필요하다고 금융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는 소수 가입자와 일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로 비롯된 만성 적자를 전체 가입자에 전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데다 치솟는 물가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15% 수준에서 인상률을 억제하라고 통보했다.
따라서 갱신 주기가 5년인 초기 가입자들은 2017∼2021년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데다 연령 인상분(1세당 평균 3%포인트(P))까지 더해지면 체감 인상률이 50%를 웃돌게 된다. 고령층 가입자를 중심으로 폭탄급 고지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3세대 신(新)실손보험도 보험료가 인상된다. 3세대 실손보험에 적용된 '안정화 할인 특약'을 종료해달라는 업계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3세대 가입자는 평균 8.9%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금융위는 보험료 인상률 의견과 함께 1∼3세대 가입자가 내년 6월까지 4세대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파격 조처도 제안했다. 업계는 할인 폭이 과도하며 난색을 보였으나 결국 4세대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국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