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의 기술유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소기업이 승소한 사례가 나왔다.
재단법인 경청은 한화 협력사인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은 한화 측에 기술유용 배상액 5억원을 인정하고, 징벌적 배상 2배를 적용해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기술탈취 분쟁 민사소송에서 일부라도 승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2배로 인정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기술유용 문제로 시작됐다. 원고인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와 2011~2015년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제조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장비, 설계도면 부품목록 등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이후 한화가 해당 기술자료를 활용해 동일 장비를 직접 생산하고, 기존 거래관계를 종료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이후 검찰 고발과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민사소송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이 났다. 1심 재판부에서는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에 전달한 승인 도면과 매뉴얼, 레이아웃 도면 등이 하도급법으로 보호되는 기술자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매뉴얼 첨부도면에 대해서는 한화 측이 기술정보를 무단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화 측이 계약기간 중 경쟁자의 지위에서 기술정보를 무단 유용했음에도 피해구제를 위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내렸다.
한화는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유용 한화는 “이번 판결이 1심 등 종전의 사법적 판단과 상이한 만큼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