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우지기(食牛之氣)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호랑이나 표범의 새끼는 털에 무늬가 생기기도 전에 소를 잡아먹을 만한 기상이 있다'는 뜻이다. 어려서부터 크게 될 기운을 타고난 재목을 말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식우지기 기업이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 투자자에게 식우지기를 구분하는 안목은 더욱 중요해졌다. 고양이에게 소를 주어 봤자 결국 고양이 아니겠는가. 아까운 소만 잃는 꼴이다.
그럼 어떻게 스타트업이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필자가 세운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서비스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힘이 있는가'다. 성공한 서비스는 모두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이제 우리는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을 켜고, 주문 전화 대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은행에 가는 대신 토스를 켠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다.
두 번째 기준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가'다. 서비스를 통해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 만족스러운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공급자의 희생으로 이용자만 편리해지거나 반대로 공급자만 이득을 얻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좋은 서비스라 하기 어렵다. 모든 혁신이 마찰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세 번째는 '퀄리티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곧 석유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이제 모든 사람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 다만 단순히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높다거나 이용 건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데이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해당 서비스를 활용해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티에스인베스트먼트는 앞에서 말한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투자한다. 이렇게 선별한 스타트업에는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투자를 제공, 이들이 '대호'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티에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서비스 가운데 비브로스의 '똑닥'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똑닥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서비스와 연동된 유일한 모바일 진료 예약 접수 서비스다. 진료 외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비스가 사용자의 병원 이용 방식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똑닥 서비스는 이 같은 편리함을 바탕으로 병원과 환자 모두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병원은 운영 비용 절감 효과, 환자는 대기 시간 절감이라는 혜택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똑닥을 이용해 보라는 추천 글도 셀 수 없이 많다. 서비스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이용자에게 모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똑닥은 현재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은 6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 출생한 소아 인구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회원일 정도로 소아청소년과 분야 점유율이 높다. 성인 진료과에 특화한 기능도 계속 선보이고 있어 앞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면 더욱 폭넓은 건강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의 가장 큰 목표는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꿀 힘 역시 있다. 산업의 미래를 위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자자에게는 호랑이와 고양이를 구분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김정수 티에스인베스트먼트 상무 jskim@tsinvestme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