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 빗장이 풀리면서 20년째 의료계, 산업계, 시민단체 찬반 공론만 벌어졌던 원격의료가 현실화됐다. 국내에서 시행된 비대면 진료 건수가 300만건을 넘어서고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새해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한 과제로 “국민 편익과 공공선이라는 측면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혜택과 의료비 감소라는 두 가지 목표로 원격의료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 수가 신설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예방의학과 역학 분야 권위자다. 올해 출범한 한국원격의료학회와 전신인 한국원격의료연구회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
강 교수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도서산간 거주자, 재소자, 군인, 원양어선 선원, 해외 주재원, 병원을 찾기 힘든 고령층 등에게 있어 원격의료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행위별 수가 제도 하에서 검사와 시술을 해야 병원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다보니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 과다 처방과 입원으로 인해 의료비가 상승하는 원인이 됐는데 비대면 진료를 통해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줄여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가 의료 소외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어 “이런 요소들을 얘기하지 않고 밥그릇 논리와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만 접근하니 제도로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원격의료의 혜택과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고 공공선을 위해 어떤 양보가 필요할지 논의해야하고 이런 '사회적 합의' 과정에 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대희 교수는 나아가 “원격의료가 허용되더라도 현재의 수가 체계에서는 병원들이 참여할 유인이 떨어지는 만큼 정신과 상담 수가처럼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야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의사들이 꼽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가 지난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9%가 적정한 비대면 진료 수가 확립이 원격의료 활성화에 필요하다고 꼽았다.
강 교수는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원격 모니터링'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의학은 예방하고(Preventive) 예측하며(Predictive) 개인에 맞추고(Personalized) 참여하는(Participatory) '4P'가 중요한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참여의학”이라면서 “기존에는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고 잘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체중관리과 식이조절 같은 행동과 습관 변화를 유도해야하는데 웨어러블이나 의료기기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서 참여의학의 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강대희 교수는 “미국 최대 원격의료 기업 텔라닥이 22조원을 들여 만성질환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업체인 리봉고를 인수한 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덱스컴이나 리브레 같은 연속혈당 측정기기가 나오면서 혈당 관리 패러다임이 바뀐것처럼 심전도 패치, 부정맥 모니터링, 체온과 산소포화도 측정기,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
정현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