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메타버스 핵심은 'E'다

[콘텐츠칼럼]메타버스 핵심은 'E'다

메타버스가 경제를 넘어 정치와 사회까지 넘나들고 있다. 누군가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치부하지만 누군가는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페이스북은 사명까지 메타로 바꿔 가며 이 차세대 세계를 먼저 정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메타버스에 출사표를 던지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맞춰 세계 각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개념적으로 보면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 살고 있다. 가상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인터넷 쇼핑도 메타버스의 한 형태다. 누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가상 공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룹 화상 통화로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만날 수 있다. 메타버스 하면 떠오르는, 그래픽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세상과 외형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외형은 부수적인 요소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실제 현실에서 하는 모든 일을 가상 현실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하는 일이다. 메타버스라 불리는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이 얼마나 밀접하게 관계하느냐다. 메타버스의 최종 형태는 가상 현실에서 실제와 같은 현실을 살고, 실제 현실에서 가상 현실을 사는 실제 현실들의 융합이다.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설명은 게임과 다를 것이 없다. 캐릭터가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놀고, 사진 찍고, 공연을 본다. 이 정도로는 사용자를 잡을 수 없다. 온라인 세상과 실제 현실을 결합하고 사람을 묶어 둘 수 있는 요소는 바로 'Earn', 즉 수익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상화폐 등장과 블록체인 기술 발달로 메타버스와 수익을 연결할 기반이 마련됐다. 온라인 거래 인증 기술인 대체불가토큰(NFT)과 NFT를 활용한 상품의 등장도 메타버스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MZ세대 중심으로 더욱 활발하다. 이들은 물건 구매에 더해 개인이 제작자가 돼 물건을 판매하는 일도 당연하게 여긴다. 거래 대상도 다양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거래하는 데 익숙하다.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는 가치를 사고팔면서 수익을 낸다. 그들에게 온라인은 현실의 연장이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 넓은 공간이다.

무대도 넓어졌다. 내가 만든 제품은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가 전 세계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다. 글로벌 이용자가 함께 만나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통화는 가상화폐, 거래는 NFT로 각각 하게 될 공산이 높다. 각국 화폐를 사용하기보다는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화폐 쪽이 쓰는 쪽도 관리하는 쪽도 편하다.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가상화폐 발행에 한 차례 실패한 페이스북이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자체 화폐 발행을 시도하는 이유도 이런 미래와 관련이 있다. 자체 화폐를 만들어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입장이 되면 경제를 지배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행보는 마뜩잖다. 말로는 메타버스를 외치면서도 막상 경제 주축을 이룰 가상화폐는 규제 일변도다. NFT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마인크래프트 사태를 돌이켜보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국에만 있는 셧다운제 때문에 19세 미만 한국인에게는 아예 마인크래프트 구매를 막았다. 비슷한 형태로 메타버스에서 일어날 세계화에서 한국 기업, 한국 국민이 배제되는 일 역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가상화폐 투기를 지지하는 말이 아니다. 다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 모양새가 걱정될 뿐이다.

기업 속성을 생각하면 메타버스의 미래는 역설적이게도 중앙 집중이다. 지금은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오래지 않아 극소수의 거대 플랫폼으로 통합될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이익(Earn)을 얼마나 편하게, 많이 얻을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우리가 목도한 이번 변화의 결과는 절대적이고 장기적이다. 만약 이번에도 국내 기업이 셧다운제 같은 갈라파고스적 규제에 발목이 잡히게 된다면 판을 뒤집을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강욱 게임칼럼니스트 wizard29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