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AT&T가 항공 안전을 이유로 중저대역(C-밴드) 5세대(5G) 이동통신 개통을 연기해달라는 미 연방항공청(FAA) 요청을 거부했다. 앞으로 6개월간 공항 주변에 5G 배치는 자제하겠지만 5일(현지시간)부터 신규 서비스 도입를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버라이즌과 AT&T는 공동서한을 통해 FAA의 요청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운영 제어권을 무책임하게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당초 일정대로 C-밴드 5G 개통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와 FAA는 그동안 C-밴드 5G가 항공기 착륙 등에 활용 중인 전파 고도계 등 민감한 전자장비에 간섭을 일으켜 항공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당초 지난해 12월 5일 C-밴드 5G 서비스 개시를 예정했던 AT&T는 FAA와 합의해 한 달간 일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FAA가 추가로 2주 이상 5G 배치를 늦춰줄 것을 요구하자 두 이통사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5G 커버리지 확대가 계획보다 지연된 상황에서 추가 일정 연기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통신업계는 프랑스를 포함한 12개국에서 이미 중저역대 5G가 허용됐다고 반박했다. 프랑스 역시 현지 당국이 중저대역 전파가 항공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동안 무선 제한을 부과한 나라 중 한 곳으로 현재는 공항 인근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버라이즌과 AT&T는 “기준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동일해야 한다”며 “미국 항공사가 프랑스에서 매일 항공편을 운항하도록 허용된다면 동일한 운항 조건으로 미국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통사가 C-밴드 5G 서비스를 강행할 시 항공업계와 소송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메리칸항공과 기타 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A4A(Airlines for America)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공항 주변에 5G 배치가 중단되지 않으면 매일 수천대의 항공편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C-밴드 5G를 둘러싼 미국 이통사와 항공업계 간 갈등은 북미 5G 통신장비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등에 C-밴드 5G 장비를 공급 중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5G로 인한 전파 고도계 간섭 문제가 보고된 바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5G 주파수는 3.42~3.7㎓ 대역으로 전파고도계 주파수(4.2~4.4㎓ 대역)와 500㎒ 이상 이격돼 간섭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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