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분야 최상위 종합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내용 변경을 검토한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및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에너지 정책에 적시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에기본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에너지 업계는 오는 3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근거 법이 사라지는 에기본에 탄소중립 목표를 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에기본 근거 법률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서 '에너지법'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선과 맞물린 국회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제3차 에기본을 변경하기 위한 법률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당초 제4차 에기본에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에 따른 목표를 담기로 했지만 수립기간이 2024년으로 먼 점을 감안해 기존 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제3차 에기본을 변경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제4차 에기본은 수립주기가 2024년으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에기본은 에너지 분야를 총망라하는 종합 계획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 법을 두고 있다. 에너지원·부문별로 에너지계획 원칙과 방향, 중장기 에너지 정책 철학과 비전, 목표와 추진 전략을 거시 관점에서 제시하기 때문에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다른 에너지 계획과 정합성이 중요하다.
제3차 에기본은 2019년 수립됐다. 수립 당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반영해 공격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에너지믹스를 제시했다. 하지만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0~70%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치를 담아야 한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 철학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산업부는 에기본 근거 법을 기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서 에너지법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실행되는 오는 3월 25일이면 에기본 근거 법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에기본 근거 법 이관이 늦어지면 에너지 종합 계획으로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실행되면 (에기본 근거 법률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자동 폐지되는데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에기본이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3차 에기본을 수정하든 4차 에기본을 수립하든 법 근거를 갖춘 다음에 본격적으로 (정책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 정책 정합성을 고려하면 제4차 에기본을 빠르게 수립하거나 기존 에기본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기본 정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설비와 전원 구성을 설계하는 중장기 계획으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기 위한 핵심 계획으로 꼽힌다.
에기본 근거 법을 이관하기 위한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려 여야 갈등이 첨예한 국회 상황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유 교수는 “에기본과 전력수급계획 정합성은 늘 제기되는 이슈로 에기본이 5년에 한 번 수립되더라도 수정 여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산업부는 에너지법을 개정하려 하지만 국회가 회기 중도 아니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표>에너지기본계획 개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