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출금할 수 있는 외부 채널이 이전 대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3월 트래블룰 시행을 앞두고 출금 가능한 지갑 주소를 안전한 곳으로 제한하는 '화이트리스트'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이달 24일부터 고객정보확인(KYC)를 거치지 않은 가상자산 지갑주소로 가상자산 출금을 제한한다. 코인원은 KYC를 거친 지갑 주소를 사전에 등록하고, 등록되지 않은 주소로 송금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현재 신고수리가 완료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상당수는 KYC를 진행하고 있으나, 실명인증 의무가 없는 외국계 거래소 상당수로는 이달부터 가상자산 출금이 제한됨을 의미한다.
다만 코인원은 외국계 거래소 중에서도 계정에 등록된 이메일이 코인원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일부 신원확인 절차를 통과하면 해당 지갑 주소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반면 메타마스크 등 이름, 휴대폰번호, 이메일 주소 없이도 생성할수 있는 개인지갑으로는 앞으로 송금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해준 은행의 요구조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은 트래블룰이 실시되는 올해 3월 이전까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은행이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원이 확보된 안전한 지갑으로만 송금하도록 요구하 것이다.
빗썸도 코인원과 동일하게 NH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았다. 다만 코인원처럼 출금가능한 지갑 주소를 제한하는 방식을 쓸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또한 빗썸은 코인원보다 신고수리가 늦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차선책을 면밀하게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발급받은 코빗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4개사 중 가장 먼저 신고수리에 성공한 업비트의 경우 화이트리스트 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 업비트 고객에 대해 별도의 출금 주소 등록이나 제한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은행과 달리 케이뱅크가 트래블룰 준수에 대한 조항을 업비트와 계약에서 삽입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측은 파트너사와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업비트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3사 고객들의 외부 출금이 제한받기 시작하면 외국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옮길 때 업비트를 한번 더 거칠 수 밖에 없다며 ”수수료를 이중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고객들이 이용 플랫폼을 업비트로 옮길 것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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