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 동의를 구해 등록 조건을 수정, 관련 법 개정과 제재까지는 이어지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통사 간 입장 차가 커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등록조건 항목을 일부 변경한다는 내용을 이통 3사에 통보,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자회사 점유율을 알뜰폰 시장의 50% 이내로 제한한 항목 산정식에서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행 자회사 알뜰폰 합산 점유율 50% 제한 규정은 점유율 산정 시 분자와 분모 집계 기준이 달라 실제 50%에 도달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산정식 분자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IoT(M2M) 회선을 제외하고 있지만 분모는 이를 포함하고 있다. IoT 회선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만큼 분모가 분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커져 점유율이 과소 산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IoT 회선을 제외하면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은 단번에 50%를 넘길 것으로 이통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일부 이통사는 점유율 50%를 초과함과 동시에 영업 정지를 강제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유예 기간을 두자는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했다. 과도한 경품을 줄이는 등 노력을 통해 회선을 조절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도다.
과기정통부의 등록조건 수정 방침에 이통사 입장이 갈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통업계 3위 사업자로서 알뜰폰 회선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019년 CJ헬로비전까지 인수하며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 모두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점유율 제한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수조건으로 부여받아 실행하고 있는 활성화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위 이통사업자인 SK텔레콤은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만큼 가입자가 알뜰폰 회선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우려하는 면이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의 처분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자회사인 KT엠모바일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KT도 크게 내키지는 않지만 과기정통부가 강행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합계 점유율이 아닌 이통사 계열별로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별로 제한하면 원인 제공사가 자회사 영업정책을 줄이고 중소알뜰폰 지원책을 늘리는 방식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회사가 많고 점유율이 높은 이통사일수록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종안이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이통사가 제안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등록조건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