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개막 준비작업이 한창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서도 끝내 주인을 맞지 못한 채 비어 있는 전시공간이 여러 곳 보였다. 기자와 만난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CES를 여러 차례 참가했지만 빈자리를 그대로 두고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개막 직전 최종 불참 결정을 내린 기업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황 파악을 위해 CES 홈페이지에서 전시장 지도를 찾아 검색했다. 센트럴홀, 웨스트홀 전시장에 'on hold'(보류)라고 적힌 공간이 적지 않게 표시돼 있었다. 센트럴홀에서만 20여개 보류 공간이 확인됐다.
비즈니스 미팅 목적으로 참관을 예정했던 기업도 불참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한 미디어 기업 관계자는 “행사 직전 참석을 최종 취소했다”며 상대 기업의 불참을 이유로 설명했다. 1개 기업의 불참이 연쇄 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다. 전시장 빈 공간을 현장에서 확인하자 코로나19 이슈 파급이 새삼 실감났다.
한편에서는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기우였다. 기업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 존재감이 더 커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 기업은 CES 2022에 역대 최대인 500여개가 참여한다. 대·중소기업과 출연연구소 등 면면도 다양하다. 이탈 소식도 없다. 주요 기업의 불참이 악재가 아니라 국내 기업이 더 돋보일 수 있게 하는 긍정 효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참가업체 가운데 가장 넓은 3596㎡(약 1088평) 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공식 개막 전이라 출입은 통제했지만 검은 장막 뒤로 보인 16m 높이의 LED 사이니지월엔 제품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탄소배출제로'를 콘셉트로 한 SK그룹 전시관은 실제 숲과 같은 모습으로 발길을 사로잡았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각 계열사의 탄소 배출 기술과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웨스트홀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임러, 퀄컴, 아마존 등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전체 공간의 약 3분의 1이 비었다. 현대중공업,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국내 기업의 전시관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효과를 얻었다. CES 2022에 참가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악재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불참한 것이 아쉽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참가한 우리 기업에 반사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기업과의 협력 모색, 관람객을 통한 기업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우리 기업에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최호기자 snoop@etnews.com,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