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중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새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협력 중요성을 강조한 지난 5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고, 의회에선 문 대통령 '종전선언'을 비판했다. 중국은 종전선언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다고 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8시 10분께 북한이 자강도 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당일 오전 11시 강원 고성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하기 3시간 전이었다. 청와대에서의 출발 시간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동해 방향으로 출발하기 직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국내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오늘 아침 상황(미사일 발사)이 이뤄졌기 때문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문 대통령도 철도 착공식에서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남북철도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는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계속된 추진 의사를 밝히는 것과 달리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전날에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고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도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비판했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반대 의견이 표출됐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은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선물”이라고 우려했다.
중국도 가세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이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다. '문안 조율' '당사국 논의' 등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과 정전체제의 관계에 관한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당사국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종전선언이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해 당사국 간에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사국이다.
반면 프랑스는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의회(상원)가 6일(한국시간)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