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퀵. 수능 시험장에 늦은 수험생을 퀵으로 태워 주는 서비스다. 그 정도로 퀵 서비스는 정말 늦어서는 안 될 사유에서만 이용했던 비싸고 희귀한 서비스였다. 10년 전 퀵 배달 서비스 단가는 몇 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음식 배달도 몇 천원이면 30분 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단건배달 덕이다. 몇 만원짜리 서비스를 누리면서 몇 천원 비용을 지불하니 배달 혁신 시대라고도 불릴 수 있다.
이는 과연 건강한 혁신일까. 단건 배달은 음식이 식기 전, 고객에게 닿기 위해 시작됐다. 한 번에 한 집만 가는 방식으로 1~2분이라도 배달 시간을 줄이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단건배달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여러 대 휴대폰을 이용, 라이더가 여러 건 배달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어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말이 덕담이 된 시대에 라이더를 비난하기 어렵다.
단건배달의 꼼수는 예견된 문제였다. 플랫폼, 식당, 라이더, 고객 등 관련된 4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유인책과 징계안이 고려된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지 않아서다. 기술적 혁신 없이 라이더의 양심에 기댄 채 혹은 계약 해지라는 페널티에 라이더가 꼼수를 부리지 않기를 바라며 단건배달이 제대로 자리 잡기 바라는 건 희망에 올인한 도박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는 시장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 받으려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경쟁은 이 같은 시장 논리를 왜곡시킨다. 시장 구성원 중 누군가는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식당은 리뷰 테러에 시달리며 라이더는 계약 해지를 당한다.
10년 전 한 피자 가게가 30분 내 배달이 불가할 경우 전액 환불을 해 주겠다는 마케팅을 내걸었다. 시간 내 배달을 하지 못할 경우 라이더에게 피자값을 물게 해 논란이 불거졌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노동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단건배달이 아닌 혁신 배달이 필요하다. 배달의민족이 로봇을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 만하다. 인간 라이더가 가기 어려운 곳으로까지 배달 범위를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건배달 주문을 입력하면 로봇이 명령대로 움직여 빠른 배달도 가능하다. 요기요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배차와 최상의 주행로를 추천한다. 단건이 아니어도 동선상 30~40분 내에 배달이 가능하다면 함께 진행해 효율을 높인다. 인간 노동력의 한계를 실험하기보다는 기술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생활화될 정도로 자리 잡았지만 10년 전에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집을 전화번호부를 펼쳐보지 않고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혁신서비스였다. 음식점과 라이더, 주문 고객을 이어 주고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던 혁신 앱의 또 다른 혁신을 기대해 본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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