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 온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일명 온플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정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진통 끝에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1월 임시국회 내 통과가 무산되면서 차기 정부에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권이 바뀔 경우 입법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11일 공정위와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제정안이 결국 1월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도록 상정되지 못했다.
공정위는 온플법과 관련해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이견이 없으나 국회 상임위가 일정이 잡히지 않는 문제로 처리가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 4일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최대한 빨리 법안이 심의가 되고 통과될 수 있기를 간곡히,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요청했으나 결국 대선 전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6월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온플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표하며 입법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온플법은 부처 간 다툼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국회 논의가 공회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논의가 시작된 후에는 온플법으로 규제하는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공정위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온플법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와 조율 과정에서 매출액 1000억원, 중개액 1조원 이상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19개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합의안에는 부처 갈등을 막기 위해 규제대상 사업자 기준 설정, 중개계약서 기재사항, 서면실태조사 관련 사항 등을 정할 때 공정위가 방통위, 과기정통부와 의무적으로 협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통위도 사업자 범위 협의 의무 조항을 넣어 부처 간 갈등을 봉합했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부처 간 입장차이를 정리하고 지난해 말 온플법 국회 처리를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업계 반발에 부딪혔다. IT업계는 인터넷기업협회 등 협회를 내세워 온플법 입법 추진 중단을 요구 중이다. 온플법이 IT산업 발전을 저해하며 기존의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과 내용이 겹쳐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온플법은 최소한의 룰을 제시하는 법이지 플랫폼을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에는 플랫폼경제·자율주행·인공지능 등 신기술 관련 전문가 초빙 특강을 개최하고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특강을 통해 “플랫폼의 독과점적 지위 남용을 억제할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온플법 제정은 사실상 무산됐으나 공정위는 올해에도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제재 근절을 주요 업무로 꼽았다. 공정위는 구글이 넥슨 등 국내 게임사에 경쟁 앱 마켓에는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의를 앞두고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과 쿠팡의 자체브랜드 우선 노출 알고리즘 조작 의혹도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을 마련했다.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 획정 판단 기준을 제시했으며 무료 서비스도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간 거래가 발생하면 관련 시장을 획정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명시했다. 주요 법 위반행위 유형으로는 다른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멀티호밍 제한, 최혜국대우(MFN)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규정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1월 임시국회 내 통과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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