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비트코인(BTC) 가격이 지속 하락하면서 11일 한때 5000만원 저지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5000만원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일 0시 무렵 비트코인 가격은 4777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자금이 대거 투입됐으나 이날 오전 내내 5000만원대 회복에 어려움을 보였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은 11월 9일로 개당 거래 가격이 8000만원을 넘고 24시간 거래량이 50조원을 상회했다. 이때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하게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개월 만에 고점 대비 40% 가까이 가격이 빠졌다. 새해 들어서만 10일 만에 15% 급락을 보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연말 600만원대까지 올랐던 이더리움도 동반 하락해 11일 한때 350만원대까지 후퇴했다. 리플 역시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900원대로 내려앉았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 지수도 이날 기준 38.72로 하락해 '공포'를 가리켰다. 연초 46.34로 출발해 '중립'을 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참여자의 심리적인 저항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상승 모멘텀이 충분해 보였던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들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발표에서 양적긴축(QT)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소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연기, 단기간에 급등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투자자금의 차익시현 욕구 등에 더해 조기 테이퍼링 소식이 트리거로 작용하며 자금 이탈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터진 카자흐스탄 사태도 나비효과로 작용했다. 지난 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해 시위자 5000명이 체포되는 등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인터넷 접속도 전면 차단됐다. 카자흐스탄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자국 내 채굴 행위를 금지함에 따라 세계 2위 가상자산 채굴 지역으로 부상한 지역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자흐스탄에서 불거진 이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되며, 오히려 조기 양적긴축에 따른 차익시현 욕구와 비트코인 ETF 연기에 따른 모멘텀 소멸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글로벌 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메타버스 인기가 지속되면서 이더리움 등 플랫폼류 디지털 자산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