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동물 중 돼지 심장이 사람 몸에 이식됐다. 이전 진행된 동물 장기 이식과 달리 즉각적인 거부반응 없이 회복 중에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메릴랜드 의과대학 병원은 말기 심장질환 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 남성)의 동의를 얻어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으로 지난 7일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베넷 씨에게 이식된 돼지 심장은 사람의 것처럼 정상적으로 박동하고 있다. 메릴랜드 의대 측은 “데이비드 베넷은 살아 있고, 잘 견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넷 씨는 최후의 선택으로 돼지 심장 이식을 결정했다. 미국 보건자원 및 서비스 행정국(HRSA)에서 운영하는 장기기증 사이트에 따르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만 10만 명이지만 2020년 기준 시행된 이식 수술은 3만 9000건 밖에 되지 않는다. 매일 17명 정도가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셈이다.
환자인 베넷 씨 또한 자신에게 적합한 심장을 찾지 못했다. 수술 전 그는 “내게 남은 선택은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방법뿐이다”며 “내가 살 수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이것이 마지막 선택이다”고 말했다.
돼지 심장은 사람 심장과 크기와 박동수가 비슷하지만, 이종(異種) 장기 이식의 최대 걸림돌인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면역 체계가 돼지 세포에 있는 특정 당 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번 수술에는 유전자 변형 단계를 거쳐 이 당 성분을 제거한 돼지의 심장을 활용해 사흘째인 현재까지 거부반응 없이 정상적인 박동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클레센 장기 공유 연합 네트워크(UNOS)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번 이식 수술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아직은 첫 번째 단계를 넘어선 것 뿐이며, 향후 수술 경과를 지켜봐야할 단계”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동물 장기로 인간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초의 동물 심장 이식은 1984년 ‘베이비 패’라고 불린 유아 스테파니 패 보클레어에게 개코 원숭이 심장을 이식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베이비 패는 거부반응을 일으켜 수술 21일 후 사망했다. 이후 수많은 연구와 실험 끝에 과학자들은 방법을 찾아냈다. 지난해 10월 뇌사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은 당 성분의 제거로 거부 반응없이 정상 작동했다.
한편, 동물 장기 이식 수술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위급 환자를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으로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심각한 질환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등 실험적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조항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