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독점하던 본인확인 시장에 5대 시중은행과 빅테크가 진출한다. 본인확인기관은 올해 금융권 최대 디지털 전략인 '슈퍼 금융앱'을 완결하는 핵심으로 불린다.
KB국민, 신한, NH농협, 우리, 하나 등 5대 시중은행과 NHN페이코 등 핀테크사가 본인확인기관 신규 지정을 받는 데 도전한다. 본인확인기관은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하는 인증수단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기관이다. 지정 담당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국민은행이 유일하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해는 전 은행권이 뛰어들었다. 재도전하는 국민은행은 본인확인기관 지정을 위한 별도의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부적합 평가를 받은 일부 항목을 개선해 올해 통과하겠다는 목표다.
신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본인확인기관 획득을 준비 중이다. 특히 신한·하나은행뿐만 아니라 페이코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인정을 획득하면서 본인확인기관 지정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인확인서비스는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로 치열해진 사설인증서 시장과 맞닿아 있다. 사설인증서 사용에 앞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본인확인 서비스다. 금융 거래를 포함해 대부분 비대면 서비스에선 본인확인이 필수기 때문이다.
금융사와 핀테크가 앞다퉈 본인확인 서비스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슈퍼 금융앱 선점을 위한 배수진도 깔려 있다. 신용카드사, 신용평가사 등 19곳이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이통3사 패스가 90% 이상 본인확인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본인확인 기관이 아닌 곳은 최초 서비스 가입 단계부터 다른 플랫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나의 앱에서 본인확인부터 금융상품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면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은행은 본인확인기관 획득을 통해 회원 가입이나 비밀번호 변경·탈퇴 등 본인인증이 필요할 때 패스 등 다른 앱을 거치지 않고 자사 플랫폼에 고객을 묶어 두는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금융사는 본인확인기관 지정을 통해 모바일 인증서 관련 신사업 확대를 본격화한다. 디지털 신분증, 공공행정 서비스 등 정부 사업에 입찰할 때도 유리하다. 핀테크 등 기존 서비스와 연계하거나 정식 출범한 마이데이터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본인확인기관을 위한 승인 일정은 3월 공고된다. 방통위는 신규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점수평가제를 일부 도입하는 등 본인확인기관 심사기준을 완화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