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본인확인기관에 사활을 거는 배경엔 이동통신 3사 종속 탈피와 수수료 문제 등이 얽혀 있다. 이통 3사가 운영하는 '패스'(PASS) 애플리케이션은 전체 본인 확인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되면 이통 3사에 종속되지 않은 채 여러 분야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인터넷·포털 기업, 게임업계, 공공기관 등 2만개가 넘는 기관이 패스 앱을 쓰고 있다. 패스 가입자는 3500만명이 넘는다. 통계청이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밝힌 생산연령 인구(3575만) 수준으로, 결국 대다수 국민이 인증 수단으로 패스를 쓰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상의 본인확인서비스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이통 3사가 패스 본인인증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최근 5년간 3000억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이통 3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부담스럽다고 호소한다. ICT 기업은 건당 30~40원의 수수료를 이통사에 지급하는데 이는 연간 100억원 이상이다. 금융사도 20억~30억원을 통신사에 수수료로 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패스 종속화가 된 상황에서 만약 이통 3사가 수수료를 올리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다수 은행이 연대해 본인확인기관 문을 두드려서 이통 3사 독점체제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본인확인기관 자격을 획득해 대포폰 사기 등 각종 금융사기를 줄이겠다는 목적도 있다. 은행 측은 실명확인과 동시에 본인확인을 할 경우 대포폰, 신분증 탈취 등 각종 디지털 사기 감소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빅데이터 확보라는 이점도 있다. 고객이 어느 웹사이트에서 본인확인을 하는지 이용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본인확인기관은 슈퍼 금융 플랫폼이 되기 위한 마지막 과제다. 본인확인은 금융 서비스를 완결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은 전자서명인증사업자, 공인전자문서중계 등 각종 인증·중계 사업에 진출해왔다. 은행권은 하나의 금융앱 플랫폼에서 각종 고지서를 받고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금융 월렛(지갑)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은행이 본인확인 인증서비스를 선보이면 그동안 가입, 계좌 개설 등 본인 확인 과정에서 다른 앱을 방문해야 하거나 자사 앱과 일체화되지 않은 인증화면을 노출시키는 등 연결성을 훼손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사가 한 번에 본인확인기관 지정을 따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토스, 국민은행이 도전했으나 토스만 재수 끝에 합격했다. 주민번호를 다루는 특성상 보수적인 심사가 이뤄진다는 평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