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50〉OTT 번들링, 뉴노멀의 시작?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코로나19와 맞물려 미디어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뉴노멀 시대가 온 것이다. 올해는 글로벌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OTT 시장이 재편되고 OTT가 기존 유료방송을 넘어 주류로 성장할 정도로 큰 위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된다.

고가의 번들링(묶음) 유료방송을 가입하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상대적으로 저가로 구독할 수 있는 OTT로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월 단위 구독형도 있지만 무료 광고 기반의 OTT, 구독형 주문형비디오(SVoD) 형태뿐만 아니라 채널방식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하다.

번들링 상품인 유료방송이 OTT 대비 고가이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품으로 구독할 수 있는 OTT가 훨씬 경제적이기도 할 것이다. OTT가 출시되기 한참 이전에 유료방송 시청료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번들링이 아닌 소위 '알라카르트'(a la carte·채널별 시청료를 각각 지불하는 것을 비유) 형식의 채널 제공이 소비자에게 주는 편익에 대해 업계와 규제기관에서 검토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알라카르트에 대한 경제적 모델 연구에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시청자 편의성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판단했다. 콘텐츠와 유료방송 사업자 모두에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얼마 전 발표된 액센츄어 보고서에 현재 OTT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언급이 주목을 끌었다. 시청자들이 가입한 OTT에는 전혀 시청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심 없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조사된 것이다. 이런 불만은 이전에 번들링을 제공하는 케이블TV를 향한 불만과 같은 맥락이다. 즉 OTT에 대한 가성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63%에 가까운 가입자들이 OTT 구독료가 비싸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입자의 70%가 구독료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OTT 등장으로 콘텐츠를 저가로 시청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특정 OTT가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다 제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평균 4개가 넘는 OTT를 가입해서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 OTT에서 시청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허비하고 있다. 또한 계정관리나 지불방법도 따로 해야 하는 불편함도 시청자로 하여금 OTT 시청 경험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불만과 불편함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유료방송 3.0 개념이 나오고 있다. 그 핵심은 원스톱 스토어 개념이다. 비록 다양한 OTT를 가입하더라도 한 곳에서 가입하고 해지하고 지불하고 고객관리도 할 수 있으며, 포괄적 추천시스템을 통해 통합된 콘텐츠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한 스트리밍서비스 애그리게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미니 번들 형태로 제공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떤 스트리밍 서비스라 하더라도 번들에 포함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경쟁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에는 번들링 서비스가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케이블의 채널 티어링처럼 될 것인가. 누가 이 번들링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처럼 채널 번들링 유료방송 보완재로 시작한 단품 OTT가 이제는 다양한 OTT 등장으로 다시 번들링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있는 OTT 번들링. 이를 위한 스마트한 애그리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시청자 중심 마인드가 필연적이다. 또한 콘텐츠 사업자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유료방송은 단순한 플랫폼 역할로 그저 시청자에게 채널 번들링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OTT 번들링을 포함해 다양한 패키지를 제공하고 시청자 만족을 극대화해 플랫폼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