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가 연 1.50%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4일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후 연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8월부터 3차례 인상해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성장과 물가, 앞으로 전망 등 고려하면 지금도 실물 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에 맞춰서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과 같은 해 11월에 이어 3번째 금리를 올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0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이 총재의 발언 배경엔 국내외 경기 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자리하고 있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세계경제는 신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지 않으면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전개 상황 및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하락 후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했다.
국내경제도 긍정적으로 봤다. 이 총재는 “국내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회복세를 지속했다”며 “민간소비의 회복 흐름이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주춤했으나 수출은 견조한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지속했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11월에 전망한 대로 3%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물가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으로 높아진 뒤 상당 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 지수인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전체 물가 비중에서 외식 비중이 크다”며 “외식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 외식 품목의 상승세가 상당히 뚜렷하고 공급 병목에 따른 상승 압력도 점차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 통화 긴축 신호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악화에 대해선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는 감축하는 노력과 금리 변동 위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0.50%에서 1.25%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부담 증가 규모가 9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총재가 5개월 새 3차례에 걸친 금리인상 효과에 대한 분석에 나서겠다고 밝혀 당장 다음 달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도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면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라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주상영 위원이 소수의견으로 동결을 제시했다. 주 위원은 금리 인상 결정을 한 지난해 8월, 11월에도 동결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1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3월 대선과 이 총재 후임자 선임 일정이 있어 당장 금리인상은 어렵다”며 “빠르면 오는 5월 또는 이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