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이 전통적인 TV 틀을 허문다. 코로나19 유행이 몰고 온 '집콕' 환경이 다양한 시청경험을 요구하는 시장 수요로 이어지며 새로운 개념의 '스크린'을 탄생시켰다. 글로벌 TV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은 포터블 스크린, 인테리어 스크린 등을 출시하며 민첩하게 수요에 대응,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과거 틈새수요로 치부했던 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은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소비층이 늘면서 트렌드를 넘어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TV의 개념이 바뀌다
시청률전문기업 TNMS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평일 하루 평균 TV시청 시간은 약 30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이용 시간이 늘어난 만큼 사용 목적도 다양해졌다. 과거 단순 콘텐츠 시청에서 영상회의, 온라인 교육, 홈트레이닝 등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기존 TV로는 고정된 장소에서 제한된 콘텐츠만 시청하기에 목적을 구현하기에 한계가 많다. 기능은 물론 디자인까지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요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장 요구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세운 개념이 '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이다.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개념인 TV를 넘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스크린'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대표 제품이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LG 스탠바이미'다. 제품은 27형 터치 스크린을 탑재한 깔끔한 디자인과 좌우 65도·위아래 25도까지 원하는 각도로 조정 가능한 점, 집 안 다양한 곳에 옮겨가며 시청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7월 1차 예약 판매 당시 1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 200대를 모두 판매했다. 8월 정식 출시 후 세 번에 걸쳐 본 판매 물량을 늘렸지만 30분 만에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도 LG전자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품절 상태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려는 수요까지 생겼다. 지난해 LG전자 가전 중 최대 히트작으로 꼽힐 정도다.
삼성전자 역시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을 전면 배치했다. 더 프리스타일은 180도까지 자유자재로 회전해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최대 100형 화면을 구현한다. 830g에 불과한 무게와 휴대성, 화면 보정 기능, 삼성 스마트TV 기능 지원 등도 강점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메인 제품으로 내세운 소형 프로젝터에 다수가 의문을 품었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국내에서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1000대를 완판했다. 북미 예약판매 역시 3600대를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119만원에 달하는 프로젝터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뜨겁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프로젝터와 달리 천장이나 벽, 고르지 않는 바닥 등에서도 자동으로 화면을 조정하는 기능과 삼성 스마트TV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고정된 장소가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시청 경험을 원하는 사용자가 늘면서 제품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MZ 구매력, 신 시장 열었다
삼성전자 '더 프리스타일'과 LG전자 'LG스탠바이미'가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몰이 중이지만 관련 제품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TV를 넘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스크린'으로 진화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해 2016년 TV를 가구처럼 활용하는 '더 셰리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간에 이동하며 시청하는 '더 테라스' △디지털 작품을 감상하는 액자로 활용 가능한 '더 프레임'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돌려서 시청 가능한 '더 세로' 등을 출시했다. 이동성과 휴대성을 강조한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와 이번에 '더 프리스타일'까지 라이프스타일 TV에서 '스크린'으로 확장해 시장 공략에 공 들이는 상황이다.
LG전자 역시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라인업으로 2018년 프로젝터 'LG 시네빔'과 포터블 스크린 'LG 룸앤TV' 등을 선보였다. LG 시네빔은 최대 120형 화면에 1000안시 루멘 밝기와 뛰어난 명암비, 휴대성 등을 강점으로 한다. LG전자를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 1위로 올라서게 한 1등 공신이다. LG 룸앤 TV는 TV와 모니터를 겸용하는 스크린으로 20만원대 합리적인 가격과 캠핑 등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점이 인기를 얻으며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사실상 틈새시장용으로 판매하던 제품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요가 폭발한 것은 코로나19 유행과 MZ세대 구매력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가전 시장이 기성복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닌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TV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의 강력한 구매층으로 MZ세대가 부상하면서 이동성, 심미성(인테리어), 연결성 등 이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대거 출시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정형화된 TV 폼팩터를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혁신 제품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프리미엄 고객 수요를 사로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소업계까지 新 스크린 열풍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기반으로 올해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더 프리스타일'은 1분기 중 북미, 유럽, 중남미, 동남아 등 전역에 출시된다. 지난달 홍콩에 첫 출시한 'LG 스탠바이미' 역시 이달 말부터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 판매된다.
대기업이 주도한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수요에 중소가전 업계도 주시하고 있다. 특히 PC업계는 기존 모니터 사업역량을 활용해 포터블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확장, 새 먹거리로 키운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주연테크는 오는 3월 태블릿과 모니터를 결합한 탭-모니터 '캐리미'를 출시할 예정이다. 캐리미는 27형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태블릿과 모니터 양쪽 모두 사용 가능한 포터블 터치 디스플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PC, 모니터 업체가 관련 사업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정임 주연테크 본부장은 “대형 태블릿 사업을 검토하다 코로나 환경에서 재택과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쓰는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게 됐다”면서 “추후 수요가 늘어날 경우 화질, 화면크기 등을 다양화한 신제품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