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조금 장사' 또 조장하나

정부의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 보급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11㎾급 충전기 보조금을 신설하면서 기존 보조금보다 높은 250만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충전기 보조금 정책은 설치 비용보다 많아서 무분별한 설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수용해 2017년 7㎾ 기준으로 400만원에 달하던 보조금을 지난해 200만원까지 낮췄다. 올해도 7㎾의 경우 130만원으로 대폭 내린다. 보조금이 줄자 사업자는 자부담을 우려해 무분별한 충전기 설치를 자제했다.

그런데 올해 느닷없이 11㎾급 충전기 보조금 항목을 만들고, 금액도 250만원으로 높게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250만원 보조금이면 충전기를 설치 비용을 제외하고도 10% 정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추산한다. 다시 '보조금 장사'라는 모럴해저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환경부는 11㎾급 충전기 보조금 신설에 대해 주로 1~2시간 머무르는 마트나 유통시설을 찾은 전기차 이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전 시간이 좀 더 빠른 충전기로 유통점 충전기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11㎾급 충전기 설치 지역을 유통시설로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주차 후 충전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11㎾ 제품 2개보다 7㎾ 제품 3개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보조금 평가를 통해 무분별한 설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나랏돈이 사업자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사후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