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탈 CATL' 움직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CATL 배터리 물량을 줄이고 아예 다른 배터리 업체로 공급처를 바꾸는 사례도 나왔다.
중국의 유력 전기차 업체 샤오펑과 광저우자동차는 최근 배터리 공급처를 CATL에서 CALB로 바꿨다. BMW도 최근 CATL에서 EVE를 배터리 공급사로 새로 선정했다. CATL 배터리를 쓴 테슬라, 니오, 폭스바겐 등도 중국 시장 점유율 2위인 비야디(BYD)와 공급 협상을 시작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가 줄줄이 CATL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최근 1~2년 새 CATL 고객사가 크게 늘면서 제품 수급이 불안해진 여파다. CATL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과 별도로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하는 차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CATL 생산 공장이 주로 중국에 집중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완성차 업체로선 해외 생산 거점이 있는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이 두드러진다. 경쟁사의 배터리 기술 상향 평준화도 한몫하고 있다.
CATL 1위 위상도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CATL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29.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LG에너지솔루션(22.2%)보다 약 7%포인트(P) 앞섰다. CATL 고객이 이탈하는 반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생산능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미국 등 해외공장 증설에 나서 연간 생산능력을 155GWh까지 높였다. 158GWh 규모의 CATL 턱밑까지 추격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중국 완성차 업체의 국내외 판매량이 늘면서 배터리 공급 다각화와 LFP·삼원계 등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투자를 단행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배터리 공장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