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중국 CATL이 국산 배터리보다 40% 싼 가격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서서히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배터리업체 CATL은 최근 한국사무소를 내고 국내 중견·중소 전기차 업체 대상으로 영업에 들어갔다. 한국사무소는 현대차 등 대형 고객사를 제외한 중소·중견 전기차 업체 대상 영업 업무만 맡았다. CATL 제품은 주로 삼원계(NCM·NCA)를 쓰는 국산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약 20% 낮고 중량이 더 나간다. 그러나 안전성과 장수명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
CATL 배터리 가격은 배터리팩 기준 ㎾h당 120~130달러(약 15만4000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배터리 가격보다 약 40% 저렴하다. 현대차를 제외한 국내 전기차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의 배터리 판매권이 있는 팩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구매했다.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배터리팩 기준 ㎾h당 가격이 200달러(23만6000원)를 넘었다.
CATL의 주력 품목은 국산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약 20%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코발트·니켈 등 고가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높다. CATL은 세계 최초로 각형 기반의 셀투팩(CTP) 기술을 LFP 제품에 적용, 에너지밀도가 낮은 단점도 크게 해소했다.
CTP는 셀·모듈·팩으로 이뤄진 배터리 시스템의 공간과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듈 공정을 없앤 신기술이다. 모듈이 필요하지 않아 더 많은 배터리셀을 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 및 폭스바겐에 이어 최근 현대차, 스텔란티스가 각형 LFP 기반의 CTP 배터리 채용을 결정했다.
중견·중소 전기차 업체가 원가절감 차원에서 CATL 배터리 구매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를 채용하려면 일부 설계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신규 차량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할 공산이 높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