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중고차 업계와 소비자를 잇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일반 소비자 대상 중고차 매매업보다 중개업에 먼저 진출했다. 중고차 매매업체에는 판로를 공급하고 소비자에게는 신뢰도 높은 구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차를 아는 전문가가 만든 중고차 플랫폼'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중고차 중개 플랫폼 '오토벨(Autobell)'을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전까지 중고차 매매상사 대상 중고차 경매사업과 해외 수출 사업만 진행했다. 오토벨 론칭은 향후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유통 채널로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고차 딜러는 오토벨 '스마트옥션 인증 차량' 메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분당·시화·양산 경매센터에서 낙찰 받은 차량을 소비자에게 즉시 판매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한 차례 검증한 차량으로 소비자도 투명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딜러는 현대글로비스 경매센터와 무관하게 매입한 중고차도 오토벨에서 판매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허위매물 방지를 위해 적발된 딜러의 회원자격 영구 상실, 가입 시 매매상사의 사업자 등록증과 종사원증 제출 등의 규정을 마련했다.
합리적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 차종에 대한 현재 시세도 소비자와 딜러에게 공개한다. 중고차 경매 데이터와 플랫폼상에서 거래되는 실제 가격을 종합 분석해 산출한 값이다.
소비자를 위한 편의 기능도 갖췄다. 360도 회전 가능한 가상현실(VR) 사진과 전문평가사가 진행한 112가지 진단 결과 리포트를 제공한다. 집으로 배송 받아 3일간 시승 후 구매를 확정하는 홈 서비스도 지원한다.
소비자로부터 중고차를 매입하는 서비스도 있다. 전문 평가사 방문 매각, 비교 전적을 통한 최고가 매각(딜러 간 경쟁 입찰), 무평가 매각(신차등록 33개월·3만㎞ 이내 무사고차) 세 가지다. 업계 최초로 '미래 시세'를 분석해 차주의 중고차 매각 시기 결정에도 도움을 준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중개업 진출로 엔카닷컴, KB차차차 등 중개 업체, 직영 중고차 사업을 하는 케이카, 오토플러스와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오토벨 매물은 향후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매입한 차량은 상품화 과정을 거쳐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오토벨 론칭 초기 얼마나 많은 딜러사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중고차 업계가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에 출품되는 차량은 월 평균 1만대에 달하지만 이날 기준 오토벨 등록대수는 1500여대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윤곽은 오는 3월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 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중고차 단체의 사업조정 신청을 받아들여 현대차에 중고차 매매업 진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라도 준비작업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경기 용인과 전북 정읍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했다. 자동차 매매를 위해서는 연면적 660㎡ 이상 전시시설을 갖춰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기존 현대차와 기아가 보유한 용인과 정읍 부지가 등록 기준을 충족해 해당 지자체에서 사업 등록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오토벨은 그간 중고차 경매사업 등 운영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전문성에 기반을 둔다”면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비교적 저렴한 이용료와 다양한 편의 기능을 선보여 국내 최대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