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족 보행 로봇이라면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이 떠오른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로봇 관련 행사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유명 로봇이다. 그러나 4족 보행 로봇 시장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다. 여러 경쟁자가 있고 '애니멀'도 그 중 하나다.
스위스 애니로보틱스는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서 4족 로봇 보행 상용화를 위해 2016년 분사했다. 앞서 2009년부터 꾸준히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해왔고 현재 6종 이상 로봇 모델을 선보였다. 2017년 첫 4족 보행 로봇을 판매한 바 있다. 광산 채굴 현장이나 열차 정비, 화학 공장에 투입돼 안전 관리와 사람이 직접하기 어려운 작업을 도맡고 있다.
최근 애니로보틱스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등산이다.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르지 않은 지형과 낮은 가시성은 4족 보행 로봇 등반을 가로막는다. 애니멀은 이미징 센서 기술과 촉각 피드백 기술을 활용,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지 결정하고 이를 보행에 적용했다. 이 덕분에 애니멀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미끄러운 지형을 밟지 않고 산을 탈 수 있었다. 애니로보틱스는 라이다 명가 벨로다인의 퍽(Puck) 센서를 탑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등반은 해발 1098m 에첼 산에서 이뤄졌다. 실험 결과 120m 수직 거리를 31분 만에 성공했다. 사람이 직접 내려오는 표준 속도보다 4분 더 빨랐다는 평가다. 실제 산을 오르기 전 가상현실(AR)에서도 등반 훈련이 이뤄졌다. 마르코 후터 애니로보틱스 수석연구원은 “애니멀 로봇은 다리를 지형에 직접 접촉하면서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촉각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애니로보틱스는 이 기술로 사람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지형에 로봇을 투입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애니로보틱스 로봇을 기반으로 4개 다리에 바퀴를 단 스위스-마일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화제다. 기존 4족 보행 로봇보다 기동성을 크게 높였다. 바퀴가 달렸지만 계단을 오르 내릴 수 있고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다. 도심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유리해 로봇 배송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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