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차세대 융합산업으로 떠오른 디지털치료제(DTx)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인 게임·의료·법조계의 인식 차이로 협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는 의료지식을 제공할 의료계, 규제를 검토할 법조계와 연계만 된다면 DTx 개발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의료계가 진입장벽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개발 난도에 대해 게임사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게임학회가 실시한 인터뷰에서 게임 종사자의 84%는 DTx 개발 난도가 높지 않다고 응답했다.
게임사는 그럼에도 DTx 시장 진출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게임사 주요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의 높은 수익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또 확률형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이 1주에서 1개월 정도로 비교적 짧다. 반면에 DTx는 5년에서 10년 정도로 장기간이다. 회수 시간이 긴 점이 게임사가 DTx 시장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게임사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DTx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중소개발사나 스타트업이 진입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모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모듈에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기반 기술을 비롯해 그래픽 소스나 기존 실패한 게임의 에셋 등이 포함된다.
의료계 전문가 다수는 DTx 성공 결정 요인을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기술로 꼽았다. 개발을 진행한다고 해도 콘텐츠 확보가 어려우면 목표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DTx는 재미를 기반으로 꾸준히 사용하게 해서 환자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메커니즘이 있다. 단순 기술로는 쉽게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게임 재미가 없으면 치료를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가 다수 보고된다. 신경정신과 DTx의 경우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가 외국 느낌이 강할 경우 국내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가 낮았다.
기술과 콘텐츠 제작 경험이 동시에 있는 게임사는 수익 문제로, 의료계는 게임사 부재가 겹치다 보니 DTx 개발이 확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법률 위반 소지도 게임사가 DTx 개발에 소극적으로 만든다. 법조계는 DTx 실제 적용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아직 DTx 관련 법률 위반 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공산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휴대폰 의료 애플리케이션 이용에 따른 오진이 민·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DTx가 의료기기로 인증되면 법적 책임이 줄어들 것으로 본 법조계의 응답자는 절반이 넘었으나 건강보조기기로 인증될 경우 법적 책임이 줄어들 것으로 본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DTx가 보급되고 실제 처방되기까지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디지털치료제는 향후 고성장이 예상된다. 관련 생태계의 구심점을 확보하고 기술 융합을 통해서 시장 조기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 교수는 “현재 DTx 의료행위에 대한 권리, 책임, 법률적 정의 등 거의 모든 부분이 결정되지 않아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정부는 법률과 제도 개선부터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