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2017년 실시한 노후배관 교체 등 보수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7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의 경우 발주자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은 공사와 입찰 절차를 잘 모르고 있어 입찰 전 관련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로부터 공사내용과 소요예산에 관해 자문을 받고 이를 참고해 관련 입찰을 실시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문을 한 업체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찰이 설계되도록 유도한 뒤 입찰에 참여하면서 다른 업체들과 낙찰예정자를 합의하는 행태의 담합 관행이 형성돼 있었다.
이번 담합을 주도한 와이피이앤에스는 2016년 11월 보수공사 입찰 준비 소식을 입수하고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원에 접근해 공사 내용을 자문하면서 입찰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계되도록 유도했다. 입찰 공고가 뜬 이후에는 3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 입찰이 성립된다는 점을 고려해 미래비엠과 아텍에너지를 들러리로 끌어들였다. 와이피이앤에스는 들러리 2개사의 적격심사 평가서류를 작성해 전달했고, 들러리사는 전달받은 서류를 그대로 투찰했다.
당시 낙찰예정사인 와이피이앤에스는 187억6000만원을 써내고 아텍에너지는 199억4000만원, 미래비엠은 221억원이 투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와이피이앤에스 직원이 아텍에너지의 투찰가격을 221억원으로 잘못 써내 담합의 흔적과 증거가 남게 됐다.
공정위는 3개사의 담합으로 인해 경쟁입찰로 계약금액을 정하려고 했던 아파트 입주민의 의도가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과 더불어 3개사 모두와 업체 대표이사 등 개인 3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1만5000여명의 입주민이 약 25년간 모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린 담합을 엄중 제재함으로써 서민생활 밀접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될 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을 알리고 서민 생활 피해를 억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한 “지금까지 아파트 입찰담합 관행을 보면 입찰 전 공사내용을 자문해 준 업체가 뒤로 담합을 해왔다”며 “아파트 입주민들은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업체를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