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수 많은 위성은 매 순간 지구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전례 없는 폭염, 거대한 화산의 분화 같은 재해부터 개기일식, 단풍 등 아름다운 모습까지. 나사는 지구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위성 사진을 모아 26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랜드샛-8호에 탑재된 관측 장비 OLI가 촬영한 러시아 동부지역의 오호츠크해는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모습을 자랑한다. 샨타르스키예 제도 인근은 우다강의 담수와 오호츠크해의 해수가 섞여 격동적인 물의 흐름이 위성에서도 포착된다. 이곳은 일년 중 대부분이 얼어 있는데, 해빙 시 저염수 흐름이 먼 바다까지 뻗어 나간다.
지난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7개 해 중 하나라고 나사가 밝혔다. 특히 6월, 태평양 북서부에는 이례적인 더위가 덮쳤다. 위 사진은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적외선 에너지를 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에코스트레스(ECOSTRESS)’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워싱턴주에 속한 시애틀의 6월 25일(현지 시각), 일부 지역이 한때 섭씨 49도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유일하게 일어난 개기일식이 촛불에 그을린 것 같은 자국을 남겼다.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을 이룰 때 지구에 닿는 태양빛을 달이 가려 해당 지역만 어둡게 변한다. 개기일식은 눈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어 반드시 특수 안경으로만 관찰해야 한다. 그리니티 표준시 2021년 12월 4일 오전7시 58분, 남극 일부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은 심해기후관측위성(DSCOVR)에 탑재된 다중 이미징 카메라(EPIC)가 촬영했다.
위성의 포착 대상은 자연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재 수요 급증, 노동력 부족, 악천후, 코로나19 공급망 부족 등 지난해 전 세계 항만에는 수많은 화물이 정체됐다. 10월 10일 랜드샛-8호의 OLI가 촬영한 미국 롱비치 항구. 수십 척의 화물선이 정박하지 못하고 바다에 떠있다.
금 생산량 전 세계 6위인 페루는 산림 손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소규모 금광으로 페루 아마존의 25만 에이커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됐다. 정부 기관과 환경 보호 단체들이 최근 몇 년 간 활동을 억제해왔지만, 새로운 채굴 지역이 여전히 허가 받지 않은 구역에서 생겨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코페르니쿠스 센티널-1호 위성이 레이더 관측(SAR) 관측으로 포착한 사진 속 빨간색 표시는 새로운 광산 활동으로 인한 지표면의 변화를 보여준다.
3억 8000여 년 전, 소행성 충돌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일명 ‘미니어처 스웨덴’으로 불리는 충돌 분화구 ‘실잔 링(Siljan Ring)’이다. 데본기(고생대 4번째 해당하는 시기, 약 4억 1900만~3억 5900만 년 전)에는 거대한 재앙이지만 현재는 한 여름 축제가 벌어지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수억년 간 침식됐지만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지형의 변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랜드샛-8호 OLI가 포착한 실잔 링은 유럽에서 가장 큰 충돌 분화구다.
북반구의 여름은 ‘바다의 풀’, 식물성 플랑크톤의 찬란한 개화를 보여준다. 짙은 바다에 우유를 뿌린 듯한 뿌연 해역이 모두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개한 곳이다. 바렌츠해(북극해 바깥쪽 해역) 5000km 인근은 7~8월간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인편모조류(coccolithophores)가 뒤덮고 있다. 사진은 나사 수오미 NPP 위성이 포착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