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HR테크와 채용의 진화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

코로나19 팬데믹 3년 차.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사·채용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HR테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기업들은 도입에 적극적이다. HR테크란 인적자원(Human Resources)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용어로, 인재채용과 인사관리에 적용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 신기술은 채용, 근태관리, 급여관리, 인재 배치 및 육성 등 HR 업무 전반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인사업무 상당량이 자동화되리라 예측된다. 따라서 인사담당자에게 요구되는 미션 또한 기존 인사업무에서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HR전략과 인재확보로 변화될 것이다.

HR테크는 크게 인사관리·급여, 채용, 협업·소통, 육성, 보상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사관리·급여는 전사자원관리(ERP)를 통해 가장 빨리 디지털화된 HR 업무분야로, 최근 클라우드 확산에 따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협업·소통은 팬데믹 기간에 가장 급속도로 성장한 HR테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육성과 보상 또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활용한 개인화와 자동화가 전개되고 있다.

인크루트 대표인 필자에게 HR테크는 삶의 체험 현장이고 곧 커리어다. 인크루트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취업포털을 선보이며 HR테크 신호탄을 쐈다. 이후 국내 취업포털은 채용분야 기술 역사를 써내려 오고 있다. 채용 단계에서 홍보와 서류접수는 이미 디지털로 전환됐고, 대규모 신입공채는 대용량의 트래픽과 데이터베이스(DB)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리크루팅 소프트웨어(Recruiting Software)가 활용된다.

취업포털이 이 같은 기술적 성과를 이뤘지만 최근 채용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HR테크 트렌드 변화가 더 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이 제한적으로 활용하던 원격 영상면접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세가 됐고, AI면접도 도입되고 있다. 각종 채용시험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출제와 채점, 감독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시험지 인쇄부터 배송, 공간임대, 감독관까지 기존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과정이 간소화됐다. 채용박람회, 설명회 또한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진행한다. 심지어 발품을 팔아서 진행하던 평판 조회도 모바일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오로지 채용을 위해 개발된 리크루팅 소프트웨어의 변화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 채용솔루션의 기능은 채용홈페이지와 접수에서 합격까지 전형단계를 자동화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ATS(Applicant Tracking System)와 CRMs(Candidate Relationship Management)로 진화돼 지원자와 후보자를 추적·관리하며, 채용과정의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채용후보자들의 유입채널이 다양화되고 수시채용이 늘어나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구직자와 인사담당자가 등장하며 디지털 채용은 이제 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디지털 채용이 보편화하는 시점에서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검증되지 않거나 효과적이지 않은 디지털 채용 도구의 도입은 자칫 기업 브랜드에 위협이 되고, 인재 유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디지털 숙련도의 차이로 정작 사람의 역량과 진정성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디지털 채용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과 기관에서는 지원자를 위한 충분한 매뉴얼 안내와 활용 교육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HR테크로 채용시장이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HR테크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이로운 채용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 rose@incru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