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내일 개막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종전선언 논의는 결국 무산됐다.
2022년 동계올림픽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일까지 17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우리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의 계기로 삼으려고 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와 관계 증진이 시작됐던 경험을 되살려 남·북·미·중 4개국 간 종전선언 논의를 시작할 기회라 판단했다. 문 대통령이 작년 가을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한번 제안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리투아니아와 뉴질랜드, 호주, 영국, 캐나다, 코소보, 에스토니아, 벨기에, 일본, 독일, 덴마크, 알바니아 등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우리 정부의 바람도 무산됐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인권침해, 홍콩·대만 억압, 코로나19 확산 무책임 등을 비판하며 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한 정부 고위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까지 코로나19를 이유로 베이징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구상했던 종전선언 참여국 정상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참, 평화올림픽을 위한 추진력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문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결정된 바 없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던 청와대도 상황이 악화하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부총리급 참석이 검토됐지만, 장관급으로 절충한 모양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이 불발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계획하거나, 이를 발표한 일이 없다”면서 “언론에서 베이징에 (남·북·미·중) 정상들이 모여서 종전선언 논의를 하면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그런 '종전선언 타임테이블'을 만든 것이다. 언론의 추론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그런 타임테이블을 가져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새해 7차례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등 무력도발을 지속하자, 문 대통령도 평소와는 달리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1년 만에 직접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시기와 비슷한 양상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UN 안보리 결의에 어긋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그동안 문 대통령 취임 전후였던 2017년 극심했던 남북 간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했다는 것을 정권 최대 치적으로 자평해 왔었다. 다음달 대선 이후 사실상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준비해야 할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