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쟁이 8부 능선을 넘기면서 단일화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을 넘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간의 여권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전히 대선 판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에 정치권의 예상과는 달리 각 후보 반응이 냉담해 실제 단일화로 이어지는 데는 난관도 예상된다.
정치권은 3일 열린 첫 대선후보 지상파 TV토론이 단일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V토론 이후 지지율 변동 추이에 따라 각 후보들이 단일화 득실을 따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후보와 김 후보간 단일화는 새롭게 부상한 이슈다. 3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앞서 2일 진행된 이 후보와 김 후보의 토론회를 거론하며 “네거티브, 끼어들기, 고성이 없는 '3무 토론'으로 정치판에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평가했다. 이어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거라 생각이 든다”고 했다.
두 후보는 토론회 과정에서 공통 공약을 제도화하는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 도입에 공감하는 등 정책 연대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단일화에 대해서는 양 측 모두 아직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 후보 측은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후보 역시 토론회가 단일화와는 상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대선 초기부터 단일화 군불을 지피던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사실상 시한이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의 지리한 협상으로 벌어진 양당간의 갈등, 안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앙금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역대 가장 극적인 단일화는 2002년에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사례다. 이 둘은 선거를 불과 24일 앞두고 단일화에 합의했다. 당시는 “단일화를 하면 역전한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지금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는 이같은 정치공학적 계산이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 지지율 추이에서 국민의힘 측은 단일화 없어도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합당 과정을 어떤 절차와 방법을 이용할지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한달은 족히 걸리는 만큼 이미 버스는 떠났다고 보고 있다.
결국 지지율 변화에서 단일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큰 흔들림 없이 차곡차곡 쌓아온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어 김 후보의 지지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 후보와 김 후보 사이의 단일화 기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달리 사안에 따라 지지율 변동이 컸던 만큼 향후 변화에 따라 단일화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치에선 1+1이 항상 2가 되는 것은 아닌 만큼 단일화가 무조건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없다. 각 후보들은 이번 대선은 물론 본인의 정치 인생에서의 득실까지 생각해 단일화를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지지율에 따라 안 할 이유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