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관리전문업체(NPE)의 블랙베리 특허자산 인수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특허 분쟁 태풍을 예고한다.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던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사라졌지만 3만5000여건에 이르는 특허는 여전히 제품과 높은 상호 연관성을 갖는다는 관측이다. 블랙베리는 지난해 특허 로열티로 2000억원대 수익을 올렸다. 블랙베리 특허를 인수한 NPE는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NPE가 조달한 인수자금에 캐나다 연금펀드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특허 소송전이 단순 기업 분쟁을 넘어 국가 단위 독자 시장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본력 무장한 글로벌 특허괴물
글로벌 NPE는 특허 가치 평가와 소송에 특화된 전문인력으로 구성됐다. 해외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 대형 금융 자본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핵심 특허 자산을 확보하고 소송으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한다. 지난해 LG이노텍으로부터 무선 충전 관련 특허를 인수,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스크래모지 역시 아일랜드 현지 헤지펀드인 마그네타 캐피털의 자본이 투입됐다. 캐터펄트IP 이노베이션스 또한 수년간 특허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NPE 요크에글스턴(York Eggleston)인베스트가 법인 설립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연금펀드를 비롯해 캐나다와 미국에 기반을 둔 여러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블랙베리는 비록 휴대폰 사업에서는 철수했지만 정부 기금으로 조성된 펀드가 나서서 관련 핵심 IP로 고부가가치 창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는 특허를 비롯한 IP를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보고 막대한 금융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연기금이나 금융권이 IP 자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우수 특허 가치를 높이면서 해외 NPE로부터 기업 생태계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파장 우려
블랙베리는 2017년 미국 NPE 마르코니 자회사를 통해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과 특허 관련 서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전자 역시 해당 계약을 체결, 블랙베리에 로열티를 지불했다. 캐터펄트IP 이노베이션스는 특허권 인수를 통해 서브 라이선스 계약 관련 사항도 이양받는다. 남은 계약 기간에 기존과 같은 로열티를 받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계약 만료 이후다. 계약 갱신을 하더라도 기존보다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발성으로 높은 배상금을 받아 내기 위해 로열티 수입이 아니라 특허침해 소송에 바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스코, 구글, 인터디지털, 퀄컴, 노키아, MS, 화웨이, 샤프, 에릭슨 등과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맺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