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반도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독일 정부가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독일 실트로닉스 인수를 막았다. 세계 실리콘 웨이퍼 시장 3, 4위 업체 간 인수합병(M&A)으로 관심을 모았던 딜이었지만 대만·미국·중국 등 관계 국가의 승인 뒤 마지막 독일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독일 당국은 심사 시간 부족을 이유로 들었으나 이번 무산 배경에는 자국 첨단 기술을 보호하려는 독일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독일은 가뜩이나 반도체 부족으로 자국 핵심 산업인 자동차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팹을 독일 내 유치 중인데 핵심 소재사를 해외 넘길 리 없었을 것이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메모리.](https://img.etnews.com/photonews/2202/1500201_20220207140759_453_0001.jpg)
강대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보호무역주의가 점점 더 뚜렷하다.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암(ARM) 인수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독점과 안보 우려가 지속 제기된다. 국내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해 중국계 자본 와이즈로드캐피털과 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막으면서 자국 내 투자 유치는 적극적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주요 강국들은 전략 산업 육성에 노골적이다. 우리도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장기간 계류 상태였던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시행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요구한 핵심 내용들은 빠졌다. 반도체 패권전쟁은 시작됐다. 일회성이 아니라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이 지속 반영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