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불거진 미국과 일본의 철강 관세 분쟁이 타결됐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 일부를 면제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와 유럽연합(EU)에 이은 두 번째 관세 분쟁 타결 사례다.
트럼프 정권은 2018년 한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관세를 부과했다. 일본은 미국에 다섯 번째로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작년 11월 회담을 열고 관세에 관한 조기 해결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 125만톤에 현재 적용 중인 25% 관세를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18~2019년 기준 연평균 일본산 철강 수입 규모다. 초과 물량에는 기존 25%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한다. 다만 알루미늄에 적용한 10% 관세는 이번 합의안에서 제외됐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6개월 내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적절한 국내 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시장 친화형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양국은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중국산 철강이 일본을 경유해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일본산'을 '일본에서 제강된(melted and poured) 철강'으로 못 박았다.
한국도 바이든 행정부와 철강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재개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가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EU나 일본과 상황을 다르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8년 당시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 70%로 미국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2015∼2017년 연평균 383만톤 규모였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은 200만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