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48.6㎏의 작은 몸을 가진 우리별 1호가 고도 1300㎞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우주에 태극기를 휘날리기 위한 대한민국 우주 개발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우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가 된 지 오래다. 과거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대항해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대우주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우주 산업은 2020년 3850억달러에서 20년 뒤인 2040년에는 1조1000억달러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형 선진국 산업인 만큼 수많은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발사체와 위성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전기·전자 기술과 기계·화학·신소재 분야의 발전을 가져오고, 자동차산업보다 1.7배 높은 부가가치율과 2.5배 높은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으로 양질의 일자리까지 만들어낸다.
우리나라 역시 출발이 조금 늦긴 했으나 패스트팔로어로서 우주 개발을 향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에서 말한 우리별 1호 이후 우리별 2, 3호 등 소형 위성 8기, 아리랑 위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다목적 실용위성 5기, 통신해양 기상위성인 일명 천리안 위성 3기를 차례로 발사했다. 작년 3월에는 차세대 중형위성인 국토위성 1호 역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10월에는 최종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700㎞까지 날아 오르는 등 절반의 성공을 거둔 최초의 한국형 독자 발사체 누리호 발사도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한 요건으로 △위성 발사체 자력 개발 △상시 발사 가능 여부 △위성 정보 활용능력을 꼽는다. 현재 이 요건을 갖춘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인도, 일본·유럽우주국으로, 올 하반기 누리호 추가 발사가 성공하면 대한민국도 세계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주 강국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직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 전략 거버넌스는 흩어져 있다. 최종 의결은 국가우주위원회, 집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 연구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우주산업단 등 연구기관이 각각 담당하는 식이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과기부·항우연 중심의 국가 우주 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실제 운용상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과기정통부의 우주 담당 국장이 정기 인사 등으로 바뀌게 되면 정책의 연속성과 속도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전문성 확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연구개발과 현장 활용의 현업 연계 미흡으로 국내 위성을 과기정통부에서 개발한 뒤 발사 후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식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우주 강국은 모두 별도의 행정 조직을 설립해서 운영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중국 국가항천국(CNSA),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러시아 연방우주국(POCKOCMOC),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기구(ESA) 등 모두 우주 개발 전담 조직을 통해 우주 개발 정책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케냐, 짐바브웨 등도 적극적으로 우주 개발에 나서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고 한다.
종합적인 우주정책 방향 제시와 부처 간 위성 개발 및 활용 업무 조정을 위해서는 범부처를 아우르는 우주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선 국면을 맞아 다음 정부에서는 우주 관련 정부 조직 개편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우주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항공우주청(가칭) 설치(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대통령 직속 우주전략본부 설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우주 전담 기관 도입 마련에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다음으로 우주개발 관련 정부예산과 전문인력 측면도 아직 미흡하다. 우주 분야 시장조사·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트 분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주개발 예산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476억9000만달러 및 37억5000만달러로 0.2%, 프랑스 0.14%(40억4000만달러), 독일과 일본이 0.06%(24억달러, 33억2000만달러)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7억2000만달러로 0.04%에 그쳤다. 전문인력의 경우 미국 NASA 1만7396명, 독일 DLR 8444명, 프랑스 CNES 2400명, 인도 ISRO 1만7222명에 달하는 반면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인력은 고작 1039명(2019년 12월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7대 우주 강국 진입을 바라기엔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필자는 부처별로 흩어진 우주항공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우주항공청 설립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우주사업단,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등 각 연구원에 산재된 우주항공 전담인력을 통합하여 체계적인 우주 항공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우주항공 통합 연구개발본부' 설립을 제안한다. 지역별 거점 대학에 우주항공분야 석·박사 과정 및 특화센터를 신설해서 우주항공 특화교육을 통해 10만 뉴스페이스(New space)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꼭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과학기술기본법'을 활용하여 각 지자체에 과학기술 전문 자문기구를 설치하고 국내 개발위성이 국내에서도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에 기념비적 일들이 예정되어 있다. 누리호 2차 발사와 우리나라 우주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7000억원을 투입해서 추진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Korean Positioning System) 개발이 시작되고, 8월에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달 궤도선 KPLO가 미국 스페이스X사 팔콘9에 탑재되어 발사될 계획이다.
혈세와 수많은 과학기술인의 헌신이 모여 이루어지는 이런 일들이 단발성 이벤트, 예산 낭비로 끝나서는 안 되는 만큼 필자도 국회 개원 이래 처음으로 위성을 전공한 우주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과 정책적 지원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밝아 온 임인년 새해에 빛나는 대한민국, 우주강국 코리아를 기대해 본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843mhjo@gmail.com
<필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제21대 국회 유일의 과학기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국내 지구관측 위성 정보 분야 1호 박사로, 40여년간 지구관측 위성정보 기반 연구와 실무를 경험했다.
원격탐사 및 공간정보 분야 교육과 인재 양성에 매진하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우주소위 위원장,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위성 활용 분야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대선 선대본부에서 우주·과학·ICT융합정책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 국내 위성발사 현황(2012~2020년)
출처: 2020 우주개발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