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이 주도해온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한·중·일 3파전에 시작됐다. 원통형 전지는 주로 전동공구나 가전 등에 쓰였지만, 테슬라가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의 대형화 전략을 내놓으면서 다른 완성 전기차 경쟁사들도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중대형 각형·파우치 전지에 이어 원통형 전지 시장까지 위협할 태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인 중국 CATL과 EVE, CBAK 등이 연내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기반 4680 원통형 전지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다. 중국 최초 삼원계 배터리 업체인 CBAK과 중국 5위 EVE는 이미 4680 배터리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미 4680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인 일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이어 다수의 중국 업체까지 4680 배터리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에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류로 원통형 소형전지 생산라인을 확보한 업체는 리센 등 일부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테슬라를 비롯해 다수의 완성차와 전기차 스타트업이 4680 배터리 채택에 관심을 가지면서 중국까지 차세대 원통형 전지 개발·양산에 열을 내고 있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로 원통형 배터리 규격 중 가장 크다. 지난 2020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제품으로 이 배터리를 소개했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셀보다 용량이 다섯 배 이상, 출력은 두 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680 배터리는 빠른 생산이 가능해 양산 비용 효율이 높고 이전보다 배터리 시스템 제어나 설계에도 크게 유리하다.
현재 테슬라의 핵심 파트너사인 파나소닉이 4680 개발 막바지로, 연내 일본 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또 다른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4680 배터리 개발에 착수, 연내 오창공장 신규라인을 통해 상용화를 계획 중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BMW 등 주요 완성차 고객사 공략을 위해 원통형 배터리 대형화 개발에 착수했고, 미국 루시드 등도 대형화된 원통형 전지 채용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4680 규격을 정확히 맞춰야 공급이 가능한 반면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4670 등 규격이 조금 다르더라도 대형화된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한다”며 “생산성에 매우 유리한 만큼 대형화된 원통형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