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모든 정책은 예측가능성 담보가 우선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피해 보상,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집값 안정 등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 국민 관심을 유도할 공약들을 발표하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민이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이다. 더 나아가 차기 정부의 성공 열쇠도 민생과 직결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 일자리 83%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차기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대상이자 핵심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688만 중소기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때 성공이 보장된다.

관건은 결국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다. 비록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준비 가능한 리스크라면 투자에 지장을 주는 걸림돌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중소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정반대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산업재해 책임을 사업주에 전가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해고·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등이 입법화된 데 이어 올해 초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아무리 노동하기 좋은 사회가 된들 일자리가 없으면 소용 없는 일이다. 고용이 있어야 노동도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시점에서 중소기업인들이 꼽는 첫 번째 리스크는 획일적인 주52시간 근로제이다. 주52시간제가 지난해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전면 적용됐지만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현장에서는 54.1%가 시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중소조선업체 근로자의 76%가 주52시간제 시행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 모두를 위해서라도 주52시간제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최소한 주12시간의 초과근로시간 한도를 1개월 단위로 묶어서 월 52시간 한도로 사용할 수 있게라도 해 줄 필요가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53.7%가 시행일 전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음에도 계도 기간 부여조차 없이 시행됐다.

현장의 혼란이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정부는 대대적인 컨설팅과 함께 획기적인 안전시설 투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적극적 컨설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후감경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안전보건체계에 필요한 예산, 관계법령 등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의무 조항들을 구체화해야 한다. 대표자가 의무사항을 충실히 이행했고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없다면 최소한의 면책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형법상 형량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규정으로 바꾸는 등 입법 보완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업종과 규모에 따른 기업들의 부가가치와 영업이익 격차를 충분히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일 것이다. 또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이나 경제 상황 등을 함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 정책을 사후관리하는 방식에서 고용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예방 정책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긴요하다.

필자는 지난 30여년간 기업지원 정책의 최일선에서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많은 일을 겪었다. 이 같은 입장에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책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정책과 제도를 예측 가능성 원칙으로 바라보고 조정·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기고]모든 정책은 예측가능성 담보가 우선이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jeongymo@kbiz.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