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대선이다. 코로나와 경기 침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새 정부에 몇 가지 IT 정책을 조언하고자 한다. 우리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상당히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경쟁력지수 순위는 141개국 중 13위,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평가도 64개국 중 23위다. 우리 경제가 1인당 실질 GDP에서 일본을 앞지를 정도로 성장했고, 초고속인터넷이나 이동통신 인프라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같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여유로워졌지만 행복이나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근로자 몫을 제외한 모든 불평등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30위 밖이다. 새 정부의 IT 정책과 지배구조의 큰 그림은 이를 개선하도록 그려야 한다.
우선 정부의 R&D 지원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수립에 기여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화석 연료 사용 억제 및 대체 원료 확보, 재활용을 강화하는 순환 경제 구축 및 이산화탄소를 머금는 산림 자원 활용 등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주거지 환경 안전성 및 편리성 개선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 취약계층 '포용'과 같은 사회적 가치 구현의 촉진제 역할도 포함돼야 한다.
또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해서 우리 사회와 국부에 도움이 되도록 R&D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옥스팜(Oxfam)은 코로나 기간에 IT 창업자의 부가 두 배나 뛰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보너스가 가파르게 오른 곳은 주로 IT 기업이다. IT는 창의성을 발휘한 각고의 노력 결과지만 OECD 지적대로 소득 불평등의 요인이다. 새로 창출한 시장의 포대가 노동 수요를 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기초 학문 교육도 중요하다. 기술 전문가들만 모여 어렵고 재미없는 교재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기피 과목만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고 재미를 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IT 부처도 공학계를 넘어 외연을 넓혀야만 역할과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같은 플랫폼 역할이 커지면서 빈번해지는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을 조정할 법적 틀 정비도 시급하다.
유감스럽게 우리의 '정치 신뢰도'나 '정부의 민간 규제' 성적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따라서 정책 주체인 정부도 거버넌스 수립 대상으로 'G(Government)-ESG'가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규제 우선 정책을 수립하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소외계층에 대한 통신 복지 구현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선 때만 되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동통신요금 인하 공약이나 민간기업의 서비스를 공공재로 간주해 무리하게 보편적 요금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삼가야 한다. 차라리 프랑스 프리(Free)나 일본 라쿠텐과 같은 경쟁을 촉발할 제4 통신사의 등장을 공약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준비가 덜 됐든 5G를 세계 최초라고 출시하게 해 놓고 투자가 안 된다며 질책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유보신고제도 실제 요금 규제를 완화한 것인지, 기업들에 크게 와닿을지가 의문스럽다. 스스로 규제를 완화하지 못한다면 유럽처럼 가능한 부처를 통합해서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만 실행되게끔 관문을 좁히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
포용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뒤돌아보라. 코로나 초기에 학교 서버는 장애를 일으켰고, 가정에서 인터넷 접속과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기업이나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기는 했지만 IT 강국 모습이라기에는 부족했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 보급 때처럼 국민 PC 보급이나 교육 같은 창의적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