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게임산업 요람으로 불렸던 테헤란로로 게임사들이 돌아오고 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판교, 구로로 떠났던 게임사가 인재 영입을 위해 강남권으로 재진입한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픽셀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변에 위치한 센터필드로 사옥을 이전했다. 공간과 사무집기도 새로 갖췄다.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해 경쟁이 치열한 리크루트 시장에서 유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엔픽셀이 입주한 이 건물에는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게임사 반열에 들어간 크래프톤을 비롯해 페이스북, 아마존, 쇼피코리아, 데이원컴퍼니와 산하 사내독립기업(CIC) 등 글로벌 게임사와 IT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테헤란로는 한국 게임산업이 성장한 곳이다. 아직도 선릉넥슨점 등 게임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10년 초·중반을 기점으로 강남권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게임사가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구로 디지털단지 등으로 떠나면서 한동안 게임산업 주류와는 거리를 뒀다.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인재 영입 때문이다. 게임산업이 성장하며 게임사 덩치가 커지자 판교는 수용 한계에 봉착했다. 공간이 부족해지고 출퇴근 도로는 정체에 시달린다. 개발 인재가 코로나19 확산 후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는 아마존, 구글 등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면서 판교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게임회사가 몰려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집적 단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빌딩주들이 게임사 관련 이해도가 높아 입주도 수월하다. 현재 테헤란로 주변에는 게임기업이 몰려 있다. 라인게임즈, 더블유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클로버게임즈, 액션스퀘어 등 40여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인근 강남대로, 도산대로 인근에도 데브시스터즈, 시프트업, 넷게임즈, 아이톡시 등 20여개 업체가 위치한다. 프로게임단과 게임 방송 스튜디오까지 범 강남권 게임사 밀집지대를 형성한다.
지리적 이점을 살려 최근 IT 콘텐츠 기업이 모이고 있는 서울 성수, 과천 안양 권역과의 연계도 쉽다.
테헤란로 입주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개발 인재가 같은 조건이면 판교보다 강남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강남이 판교보다 교통이 편하고 즐길거리가 많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