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인수합병(M&A) 사례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M&A 건수는 1063건으로, G5 평균 2598건의 41%에 불과했다.
미국(3350건)이 가장 많은 가운데 일본(3202건), 프랑스(2764건), 독일(1967건), 영국(1707건) 순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우리 기업의 M&A 금액은 2737억달러로 G5 평균 1조933억달러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M&A를 두고 곱지 않은 시각이 있었다. M&A 과정에서 머니게임을 거치며 사업은 망가지고 일부 주주만 배를 불렸던 건이 적지 않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며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선 일도 부정적 인식을 부추겼다.
하지만 M&A는 기업의 구조조정 수단이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의 하나다. 과거에는 기업이 모든 사업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개발해서 상품화하는 게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한 비즈니스를 가장 빨리 덧붙이는 게 더 중요해졌다. 최근처럼 기술이나 시장 상황 변화가 매우 빠른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M&A는 기업을 키우고 신규 사업에 진입할 핵심 경영기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좋은 M&A'가 확산해야만 산업 역동성을 더 높일 수 있다.
M&A를 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빠르게 지워야 한다. 전경련은 우리나라가 G5에 비해 M&A가 부진한 이유로 제도적 환경을 꼽았다. 유망 중소 벤처기업이 M&A를 통해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 규제가 적용되거나 계열사 간 지원 행위가 금지되는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신산업 진출을 위해 회사를 직접 설립했지만 지금은 M&A를 통한 진출이 새 트렌드다. 기업들이 적극적 M&A로 새 도전에 나서도록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